뉴욕증시는 17일(현지시간)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66포인트(0.12%) 내린 3만7753.31에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29.20포인트(0.58%) 하락한 5022.2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1.88포인트(1.15%) 떨어진 1만5683.37에 마감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뒷걸음질 쳤다.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규모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서 지수는 3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다른 연준 의원들도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기준금리 25bp(bp=0.01%포인트) 인하 시작 시점별 기대치는 6월 16.8%, 7월은 46%로 낮아졌다.
반도체주와 기술주들이 약세를 띤 것도 증시를 억눌렀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3위인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네덜란드 ASML의 ‘어닝쇼크’ 영향으로 3.87% 급락했다. 엔비디아 외에 테슬라(-1.06%), 메타(-1.12%), 애플(-0.81%), 마이크로소프트(-0.66%), 아마존(-1.11%) 등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구글은 0.69%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확전 우려 완화에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67달러(3.13%) 내린 배럴당 82.69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2.73달러(3.03%) 떨어진 배럴당 87.29달러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 무력 공격을 하는 것에 대한 경계는 뿌리 깊지만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음에 따라 유가가 큰 폭의 약세를 띠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높은 원유 재고도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공개한 미국 지난주 원유 재고는 270만 배럴 증가한 4억600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 증감률 예상치 140만 배럴의 2배에 육박한다.
유럽 주요 증시는 상승했다.
범유럽 주가지수 스톡스유럽600지수는 498.52로 전 거래일 대비 0.06% 상승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30지수는 0.02% 높은 1만7770.02에, 프랑스 파리증시 CAC40지수는 0.62% 오른 7981.51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는 0.35% 오른 7847.99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퇴색했음에도 올랐다.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다.
아디다스는 실적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해 주가가 8.6% 급등했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2%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덜 부진해 주가가 2.8% 올랐다.
국제금값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로 인한 압력이 중동의 지정학적 혼란으로 인한 안전자산 수요 증가를 덮으면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0.8% 하락한 온스당 2388.4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0.2% 내린 온스당 2376.39달러를 나타냈다.
블루라인퓨처스의 필립 스트리블 수석 시장 전략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금값을 계속해서 지지하고 있다”며 “중동 상황이 악화된다면 금값은 2500달러 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값은 중앙은행이 매수를 중단하거나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로 돌아갈 경우에만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18일 오전 8시 2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3.53% 급락한 6만1485.6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3.09% 내린 2994.7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낸스코인은 0.58% 하락한 537.72달러에, 리플은 0.40% 내린 0.49528127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한때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6만 달러 선이 붕괴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시장 악재를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더리움도 3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5개월 고점에서 후퇴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4% 하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5% 상승한 1.0672달러에, 파운드·달러 환율은 0.2% 오른 1.2454달러에 마감했다. 달러·엔 환율은 0.3% 하락한 154.33엔을 기록했다.
달러는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 속에 한발 물러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은 것으로 판단했다. 매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FX 투자전략가는 CNBC방송에 “연준이 금리를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한다면 시장 전반에 변동성이 커지고 달러로의 안전성 도피를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