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亞 매출 6%↓ㆍ일본은 33%↑
명품매장에 중국인 물론 유럽인들로 북적
몇 개만 사도 1000만 원 더 저렴
일본 도쿄 명품 매장으로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유럽 관광객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미국 달러화당 일본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아직 환율 차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일본 명품 매장을 겨냥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명품 매장이 늘어선 일본 도쿄 긴자 거리에 중국인뿐 아니라 유럽 관광객까지 모여들고 있다며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기 위해 일본에서 쇼핑하려는 명품족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증명하듯 1분기 루이뷔통을 포함 70여 명품 브랜드를 지닌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3% 급증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매출이 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와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협업한 ‘태그호이어 카레라’는 미국 뉴욕(약 6500달러)보다 일본(약 5100달러) 매장이 약 1400달러(약 190만 원)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품 몇 개를 손에 거머쥐면 우리나라 돈으로 적게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가까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의 가격 비교를 보면 차이는 확연하다. 이 매체는 뉴욕과 도쿄 명품매장을 비교(4월 16일 도쿄 외환시장 기준)한 결과 “샤넬 클래식 핸드백을 뉴욕이 아닌 도쿄에서 살 경우 1420달러(약 195만 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다른 품목을 환산(원화 기준)해보면 △태그호이어 카레라(약 190만 원)를 비롯해 △카르티에 팔찌(약 70만 원) △버버리 트렌치코트(약 67만 원) 등에서 차이가 났다.
미국 월가의 컨설팅그룹 럭셔리 인스티튜트의 밀턴 페드라자 최고경영자(CEO)는 “명품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가격을 균등화하기 위한 노력을 반복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누릴 수 있는 ‘낮은 가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경우 (환율로 인해)지난 몇 년간 지속해서 가격을 인상해온 만큼, 현시점에서 환율을 반영해 추가로 고객 구매비용을 늘리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명품 매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던 2022~2023년 사이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그런데도 엔저 현상이 지속하자 이를 반영하지 못했고, 이 틈을 노린 글로벌 명품족들이 속속 도쿄로 몰려드는 것이다.
지난달 일본은행(BOJ)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나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화폐가치 하락을 만회하려고 노력한 것. 그러나 가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큰 탓이다.
수출 기업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나, 거꾸로 원자재를 들여올 때는 환차손을 겪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안에 일본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는 “부유한 중국 관광객들이 엔화 약세를 활용해 일본의 명품 수요를 주도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긴자 명품거리에서 영국을 비롯해 독일ㆍ스페인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