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신한은행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5억 달러(약 6770억 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Tier 2)를 발행키 위한 수요예측(북빌딩)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은행의 기초체력이 탄탄하고 신용 평가도 좋아 흥행 자신감이 있었지만, 워낙 불안한 시기에 발행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이 시작되자 불안은 환호로 바뀌었다. 28억 달러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가산금리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 대비 140bp(1bp=0.01%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낮췄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는 175bp였다.
국내 민간 기업들이 외화채권(KP)발행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장에선 “없어서 못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차별화된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8일 로이터통신은 LG전자가 올해 달러채권 발행을 통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이터가 확인한 텀시트(주요거래조건서·term sheet)에 따르면 LG전자는 투자은행들에 3년 및 5년 만기 달러채권 거래를 위한 작업을 맡겼다. LG전자는 이와 관련해 즉각적으로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텀시트를 보면 3년 만기 채권에 대한 최초 제시 금리(Initial price guidance)는 3년 만기 국채에 135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고, 5년 만기 채권의 경우 5년 만기 국채에 150bp를 더한 수준이다. LG전자는 3년 만기 채권으로 조달한 현금을 투자, 만기 채권 연장 등 일반적인 운영에 사용할 계획이다. 5년 만기 채권은 지속가능채권(sustainable bond)으로, 조달 자금은 녹색 및 사회 프로젝트들에 사용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저금리에 외화채를 조달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민간 기업 외화채들이 완판 행진을 잇고 있다. 하나은행은 16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6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확정했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년물과 5년물 각각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에 70bp, 78bp 더한 수준이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발행 부담을 낮췄다. 최초제시금리는 3년물 100bp, 5년물 110bp였다.
현대카드는 17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5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 발행을 확정했다. 북빌딩 개시 후 한 시간여 만에 1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흥행에 힘입어 현대카드는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135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 대비 35bp 절감한 수치다.
이들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20억 달러), SK하이닉스(15억 달러), 한화토탈에너지스(4억 달러), 포스코(5억 달러), 우리은행(7억 달러), 미래에셋증권(6억 달러) 등이 계획한 것보다 발행금액을 늘리거나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 스프레드 수준이 과거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는 만큼 기업별로는 연내 조달 전략에 차별화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외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미 국채금리에 1% 이상 가산금리가 형성되는 한국물에 투자 매력도가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민간기업의 외화채 발행도 활발하다. 올해 들어 일반 민간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비중은 54%에 달한다. 2022년과 2023년만 해도 각각 49%, 45%였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믿음(신용)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