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모델 2’ 출시 2026년으로
사이버트럭 대량생산 실패도 원인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자 테슬라(TESLA)가 ‘비셔스 사이클(Vicious cycleㆍ악순환)’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고 증가가 가격 인하를 불러왔고, 이는 곧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주가는 하방 압력을 받아 올들어 41% 수준 급락 중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각국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가격을 인하한다. 이를 시작으로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먼저 테슬라는 독일에서 재고가 쌓이는 ‘모델 3’ 일부 트림의 가격을 2000유로(약 295만 원) 내린 4만990유로(약 6030만 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과 미국에서도 가격을 낮췄다. 중국에서는 판매 전 차종 가격을, 미국에서는 모델 3 기준 약 270만 원을 내렸다. 사실상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을 모두 낮춘 셈이다.
배경에는 재고 증가가 존재한다. 이달 초 테슬라는 “올해 1분기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하락한 38만6810대”라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판매 부진이 재고 증가로 이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한 셈이다.
가격 인하는 곧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로 현지시간 23일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테슬라는 약 10%에 달하는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비용 절감이 목적이다. 무엇보다 실적 발표를 약 일주일 앞두고 대규모 해고를 예고하자 테슬라 주가는 하방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테슬라 주가는 해고를 밝힌 이후 첫 거래일(12일)부터 지난 19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결국 15개월 만의 최저치(147.05달러)로 내려앉으며 4월 셋째주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주가 하락 폭만 무려 41%에 달했다.
주가 하락에 따라 시가총액도 쪼그라 들었다. 마지막 거래일(19일) 기준 테슬라의 시총은 5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이 약 4775억 달러(약 659조 원) 머물면서 미국 월마트(약 4776억 달러)에 이어 13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초 테슬라는 뉴욕증시의 7대 대장주로 꼽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미리 감지했던 도이치방크는 테슬라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보유’로 한 단계 낮췄다. 목표주가 역시 123달러로 대폭 내렸다. 올해 초, 월가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41달러 수준이었다.
금융정보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 주식을 분석하는 전체 시장분석가 가운데 35%만이 매수 등급을 부여했다. S&P 500 지수 포함 기업의 평균 매수 등급 비율은 약 55%로,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판매 부진과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최근 기대를 모았던 전략 차종이 힘을 보태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테슬라의 캐시카우로 기대를 모았던 사이버트럭의 경우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차체에 스테인리스강 소재를 쓰면서 성형 및 조립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사이버트럭 출시를 앞두고 “우리는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4년 출시를 예고했던 모델 2 역시 공개가 미뤄졌다. 적어도 2026년까지 현금흐름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이 시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면서 테슬라가 주저앉았다(slumping)”라고 보도했다. 오토모티브뉴스유럽도 “테슬라가 판매 부진에서 시작한 악순환기에 접어들었다”라며 “엔트리급인 모델 2 출시 때까지 경영환경에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