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뉴스밈 또 터졌다 [요즘, 이거]

입력 2024-04-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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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향연 속 한 고양이가 등장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의 당당한 얼음 워킹. 단순한 듯 보였던 고양이 영상은 생각지도 못한 방면으로 퍼져나가는데요.

갑자기 음악과 비트가 더해지며 성형을 거듭하더니, 최고 인기 ‘챌린지 콘텐츠’로 진화했죠. 더 놀라운 점은 이 영상의 원출처인데요. 바로 뉴스 보도 스케치 장면이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2024년 갑자기 화제가 된 이 인터넷 밈(meme)은 2021년 12월 27일 MBN 뉴스7의 보도장면인데요. 당시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며 ‘지하철역 동파사고 물벼락’이란 주제와 함께 보도된 스케치 장면 중 고양이가 등장한 겁니다.

서울 뚝섬한강공원 쪽 한강이 꽁꽁 얼면서, 한 고양이가 그 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장면을 담았죠. 그 스케치 영상 위로 입혀진 기자의 보도 멘트가 바로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였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영상과 대본의 완벽한 일치. 진짜 꽁꽁 언 한강 위를 건너는 고양이와 이를 그대로 전하는 정직한 멘트는 딱딱한 뉴스라 하기엔 뭔가 모를 말랑함까지 느껴졌죠. 거기다 그 멘트가 왠지 모를 리듬감을 느끼게 한 건데요. 귀엽고 순수한 영상과 리듬감 있는 멘트, 이 컬래버레이션은 2022년부터 SNS 등을 통해 동절기용 밈으로 소소하게 쓰이다가, 2024년 초 ‘챌린지 콘텐츠’로 부상한 겁니다. 일명 ‘꽁냥이 챌린지’로 불리죠.

유튜브 틱톡, 사회관계망시스템(SNS) 등으로 퍼지는 짧은 영상 길이의 쇼츠 콘텐츠는 K팝 아이돌들의 홍보의 장과 소통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는데요. 팬들은 아이돌들의 다양한 댄스 챌린지와 밈 챌린지를 즐기며 직접 동참하기도 하고, ‘내 가수’ 챌린지에 동참하는 타 가수들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챌린지용으로 퍼진 ‘꽁냥이 챌린지’는 10초 내외로 반복되는 음악에 맞춰 간단한 안무를 추는데요. 고양이 귀를 만드는 등 최상의 귀여움을 뽐내는 챌린지죠. 안무 연습이 동반되는 여타 음악 챌린지보다 단순하다는 장점을 들어 연예인들도 유행에 합류했습니다.

그룹 라이즈 원빈, 에스파 카리나, 크래비티, BAE173, NCT WISH 등이 참여하며 화제가 됐는데요. 특히 가수 츄가 자신의 공식 유튜브에 올린 ‘꽁냥이 챌린지’는 1000만 뷰를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츄조차 “왜 그 영상이 1000만 뷰가 됐지?”라며 당황스러워하기도 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사실 무대가 아닌 뉴스 보도화면으로 촉발된 인터넷 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우리의 머릿속을 지나는 여러 뉴스밈 중 ‘꽁냥이’와 비슷한 루트를 찾는다면 아마도 ‘불쾌지수녀’와 ‘제주도 찐 사투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2010년 8월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 나온 해당 밈은 폭염 속 인터뷰에서 나왔는데요. 8월 무더위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이 “열기도 더 더해지고, 요새 불쾌지수도 높고 너무 끈적끈적한 것 같아요. 활동하기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한 장면이었죠.

이 인터뷰 또한 왠지 모를 리듬감이 더해지며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물론 여성의 외모도 큰 몫을 했습니다. 해당 문장은 2016년 4월 ‘혁형’이라는 유튜버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졌는데요. 인터뷰 당시 특유의 리듬감이 반복되며 꽤나 중독성이 강한 음악으로 발전했죠. 네티즌들은 “이 정도면 수능금지곡”이란 평가를 했습니다.

심지어 이 여성이 아나운서로 데뷔하며 더 화제가 됐는데요. 2016년 JTBC3 FOX Sports에 입사한 이유경 아나운서는 ‘불쾌지수녀’ 인터뷰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한 인터뷰가 화제가 될 줄은 몰랐고, 처음에는 창피하고 부담스러웠지만 이후 관심의 표현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는데요. 현재도 더위가 찾아오면 으레 생각나는 밈인 것은 확실하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불쾌지수녀’보다 더 강렬한 비트가 입혀진 ‘제주도 찐 사투리’도 있습니다. 2020년 태풍 마이삭이 남해안과 동해안을 강타하며 큰 피해를 줬을 당시 제주도의 한 시민 인터뷰 장면인데요.

간밤 태풍이 덮치면서 깜짝 놀란 김정자 할머니가 JT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경을 알렸죠. 하지만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요.

“쾅 ᄒᆞ는 소리 헨, 아이구, 베락 털어져ᇝ인가? 영 걷어진 쥥은 몰르곡 경헨, 나왕 보고들랑 영헤연, 바...ᄇᆞᆰ도록 ᄌᆞᆷ ᄒᆞᆫᄌᆞᆷ들 안 잣수다, 이 시간 동네 사람들”

마지막 동네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 어느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찐 제주도 사투리 등장에 그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죠. ‘제주도 사투리는 못 알아듣는다’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 일지는 몰랐던 건데요. 거기다 태풍에 놀란 할머니가 그 긴박함을 더하듯 정말 재빠르게 말한 터라 그 어떤 랩보다 더 강렬한 점도 당혹감에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이를 번역(?)한 JTBC 뉴스 측에도 박수를 보내는 수준이었죠.

위 할머니의 인터뷰는 “‘쾅’하는 소리에 벼락 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양식장 지붕이 걷어져 날아왔다. 날이 밝도록 이 시간까지 동네 사람들이 잠 한숨 안 잤다”라는 말로 자막이 달렸는데요. 하지만 이 자막보다 할머니의 래핑을 그대로 옮긴 댓글이 더 화제가 됐습니다.

“소리에 아이구 배가 터져서 빛나여 거덕인지도 몰르구 여기에 나 would like hater top one for the chuck wonder like station 동네사람들”

들리는 그대로 쓴 글은 그 어느 힙합 가사 수준을 능가했는데요. 이 찰떡같은 해석은 네티즌들의 수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엄청난 래핑이었던 이 인터뷰는 당연히 힙합비트가 입혀져 알고리즘을 탔는데요. 각종 패러디와 밈이 쏟아졌죠. 김정자 할머니는 이후 GS25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2011년 MBC 뉴스데스크에서 차량 담보 대출을 위해 제출한 인감증명서 도용 사례 보도 영상 속 “이 차는 이제 제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라는 모습과 게임 중독자들의 폭력성 실험을 위해 PC방 전원을 내리고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뒤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 컴퓨터의 전원을 순간적으로 모두 꺼 보았습니다”도 빠질 수 없죠.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는 자동차를 갑작스럽게 무단승차하거나 남의 차를 운전할 때에 주로 사용되는 대표 밈이 됐고요. 전원을 끈 보도 화면은 여러 비판 속 패러디로 번졌죠. 최근까지도 유튜브 채널 ‘충주시’에서 공무원 폭력성 실험으로 활용됐는데요. “아이~ 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었는데 미치겠다”는 반응이 압권이었죠.

일상생활과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그저 한번 스치듯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일지라도 그 출처가 ‘뉴스보도’라면 그 결과가 이렇게 찬란하기도 한데요.

딱딱한 보도에서 ‘웃음’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보니, 그 ‘찰나’를 여러 방면으로 즐기는 중이죠. 특히 ‘꽁냥이 챌린지’처럼 귀여움까지 더해진다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귀여움을 즐길 제2의 ‘꽁냥이’는 또 어떤 장면이 될까요? 보다 더한 귀여움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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