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공식 방한한 클라우스 베르네르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자력발전‧방위산업 등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루마니아 대통령의 양자 방문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의 총선 이후 첫 정상 외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루마니아 정상회담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냉전 종식기인 1990년 루마니아와 뒤늦게 수교했지만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루마니아와 전략적 동반적 관계를 맺고 호혜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지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15주년을 전후해 고위급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방산, 원전, 인프라 등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올해 방한을 계기로 진행 중인 방산, 원전 관련 협의들이 좋은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단순히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간 매우 큰 중요성을 가질 분야에 대해 함께 일을 해 나가고자 한다”며 “국방·방산,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더불어 교육과 더 많은 것을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루마니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치 및 안보 △경제협력 및 투자 △문화, 교육 및 인적교류 등 전 분야에서의 구체적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앞으로 원전과 방산 등 전략적 분야 중심 협력을 확대한다. 원전 분야에서 양국 간 ‘원전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6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을 수주한 우리나라는 원전 설비 개선,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등에 우리 기업 참여 확대를 추진 중이다.
22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요하니스 대통령 방한 중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시찰도 포함된다. 양국 간 원전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모색할 계기가 될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했다.
또 양국 국방부 간 ‘국장급 실무협의체’ 개설도 추진한다. 군사 분야에서 교육, 훈련교류, 기술협력 등 방산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신궁’을 수주한 데 이어 루마니아 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무기체계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반도, 우크라이나 등 주요 지역정세 대응 공조 의지도 확인했다. 양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 비핵화와 인권 증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 인도적 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재건 복구에 협력 의사도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은 공식 환영식, 방명록 및 기념 촬영, 한-루마니아 정상회담, 협정 및 양해각서(MOU) 서명식, 공식 오찬 순으로 진행됐다. 공식 환영식에 김건희 여사와 카르멘 요하니스 여사는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요하니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