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등 미국 소비자 혜택 박탈 위험”
‘빅테크 초점’ FTC 이례적 행보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FTC는 코치 브랜드를 소유한 태피스트리와 마이클코어스와 베르사체 브랜드를 거느린 카프리의 인수·합병(M&A)이 반독점법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헨리 리우 FTC 경쟁국장은 성명을 내고 “태피스트리와 카프리의 합병은 가격경쟁, 할인, 디자인, 마케팅 등 양사가 경쟁 관계에 있을 때 미국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박탈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합병 후 회사 직원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3만3000명에 달하게 되면서 두 회사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혜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태피스트리는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대세인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고자 카프리를 85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패션 업계에서는 해당 M&A가 성사되면 케이트 스페이드, 스튜어트와이츠먼, 지미추, 베르사체 등의 명품 브랜드가 한 지붕 밑에 있게 돼 유럽 명품 대기업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FTC는 계약 체결 이후인 지난해 11월 양사에 합병 계약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서 일찌감치 합병 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패션 업계가 독과점 문제를 겪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리나 칸 FTC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줄곧 빅테크를 조준했는데 이번에는 패션기업을 겨냥한 것도 이러한 평가에 힘을 싣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양사가 합병 이후에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같은 유럽 명품 대기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합병된 회사의 연매출은 12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되는 반면, LVMH는 900억 달러에 달한다. FTC와 달리 유럽과 일본 반독점 당국은 이달 초 태피스트리의 카프리 인수를 승인했다.
태피스트리 측은 “이번 인수는 친(親)경쟁적이고 친소비자적인 거래”라면서 “FTC가 시장과 소비자들의 쇼핑방식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올해 합병을 성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법정에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