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로 회사 차를 몰다 사망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공사 현장에서 사토(잔토) 처리 운반업무를 하다 사망한 A 씨의 자녀 2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2021년 회사 소유 차량을 몰고 업무 현장으로 가던 중 우측 커브길 쪽으로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하면서 도로를 이탈했다. 이후 철제 난간에 부딪힌 차량이 배수지로 추락하면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A 씨의 자녀들은 “이번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은 “무면허 상태에서의 운전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이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음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A 씨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회사 대표는 A 씨가 무면허라는 것을 알고도 회사 차량으로 출퇴근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사망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사고 당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능력이 있었고, 무면허 운전을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A 씨가 본래 업무인 공사현장의 사토 반출을 위해 하차지를 점검하러 가는 도중에 발생한 사고”라며 “고용주로부터 제공받은 차량을 운전해 하차지로 이동하는 것도 통상의 업무수행 방법이었다”고 짚었다.
또 “A 씨가 사고 당시 무면허운전을 한 것과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무면허 운전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고 어두운 새벽 시간에 공사 현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근로자의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