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의 배터리 경쟁 업체에 대한 본격 소송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과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전례에 따라 이번에도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소송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산업계 관계자들은 LG엔솔이 특허침해 소송을 예고한 대상으로 주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지목했다. 이들은 중국계 배터리 기업들의 특허 침해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약진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기술 주도권 경쟁을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LG엔솔이 ‘특허 무임승차’라는 표현을 쓰며, 강경 대응 기조를 밝힌 것은 이미 특허 침해에 대한 여러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한국계 배터리 기업 3사(LG엔솔·SK온·삼성SDI)보다 시장 점유율에서 앞선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36.9%), BYD(15.8%), LG엔솔(13.8%), 파나소닉(6.8%), SK온(5.1%). CALB(4.7%), 삼성SDI(4.6%) 등의 순이다.
중국 CATL과 BYD의 합계 시장 점유율은 2022년 48.9%에서 지난해 52.7%로 증가한 반면, 국내 기업은 24.5%에서 23.5%로 줄었다.
이번 소송 대상 기업이 중국 기업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소송이 진행될 국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특허 관련 소송은 침해가 발생한 국가 또는 침해한 기업의 소속 국가에서 이어진다. 이번에는 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계 글로벌 로펌 소속인 한 미국 변호사는 “중국 법원이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뚜렷해서 설령 중국 기업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할지라도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법원의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제도)’가 LG엔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변론을 나서는 기업이 증거를 직접 모아 공개하는 것으로, 소를 제기한 자가 증명 책임을 지는 우리나라 민사소송과 다르다.
2019년 LG엔솔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을 다량 유출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당시 법원은 LG엔솔에 손을 들어줬다. 앞서의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당시 소송에서 결정적인 승소 요인이었던 만큼 이번 소송 역시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LG엔솔은 ITC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 등에 특허침해 소송 및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ITC는 법원의 소송보다 비교적 신속한 시간 내에 특허 침해 기업의 수입·수출 자체를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재산(IP) 분야 전문인 정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ITC 절차는 침해품의 수입 행위를 규율하고 문제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게 돼 일반적인 법원 소송 절차와는 구분된다”며 “PCA는 판결을 대체하는 성격의 분쟁 해결 수단으로 중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허침해 소송 사건을 다수 다뤄본 김정욱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원고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피고는 원고의 특허를 무효화시키려 무효심판을 제기해 소송이 투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