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연체율 증가 속 건설업은 1%대로 치솟아
상·매각 대폭 늘려도 불어나는 부실채권
은행권의 가계와 기업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오른 가운데 특히 건설업에서 유독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건설업종 내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대규모로 쌓인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산 건전성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0.27%)는 물론 전 분기(0.29%)보다도 상승한 수치다.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오른 가운데 기업 중에서도 유독 건설업 건전성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단순 평균 건설업 연체율은 0.78%로, 전년 동기(0.37%)의 2배 이상 올랐다.이 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건설업 연체율이 1%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분기 말 0.46%였던 건설업 연체율이 올해 1분기말 1.18%까지 급등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0.28%에서 1.13%까지 치솟았다.
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말 건설업 연체율은 0.41%로 전년 동기 0.26%에서 0.15%포인트(p)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말 0.46%에서 올해 1분기 0.39%로 낮아졌으나, 전체 기업 연체율(0.28%)보다는 월등히 높았다. 농협은행은 팩트북에서 업종별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일부 건설사 등의 워크아웃을 중심으로 부실 채권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상승했다”면서 “특히 지방 건설경기 악화로 향후 건전성 타격이 커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경기는 내년 정도는 돼야 회복하는 기미가 보일 것”이라며 “나올만한 악재는 거의 대부분 노출되는 등 2분기에 있어서도 크게 좋아질 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건설업종에서 실제로 부도로 가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부동산업종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달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씨티은행, 노무라증권 등의 보고서를 인용해 “위험 소지가 있는 한국의 PF 부채 규모가 111조 원에 이른다”, “한국이 세계 그림자금융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림자금융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거래 활동 수준은 한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두번째”라며 비은행 부문의 부동산 규모가 926조 원으로 사상최대 규모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2일에도 “한국은 2022년 말 테마파크(레고랜드) 부채 문제로 위기를 겪었고, 정부가 지난해 말 건설사(태영건설) PF 관련 지원을 약속해 약점이 위기로 악화했다”며 “지난해 한국 부동산 시장은 25년 만에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자산건전성 유지를 위해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거 상·매각 하고 있지만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은 올해 1분기 중에만 1조6079억 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8536억 원보다 88.4% 늘어난 규모다. 2022년 1분기(4180억 원)와 비교하면 상·매각이 불과 2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