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일부 승→2심 원고 패소 판결
대법 “지휘‧명령받는 근로자 파견관계 아냐”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운송해주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대차의 직접적인 생산 공정과는 구별되는 만큼, 원청의 직접 고용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4일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 ‘무진기업’ 노동자 A 씨 등 2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 등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출용 차량을 야적장으로 옮겨 주차하는 ‘치장’ 업무를 맡아왔다. 이들은 업무수행에 있어서 현대차의 직‧간접적인 지휘를 받는 등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며 2016년 3월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은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원청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고용의무’ 규정을 담고 있다.
1심은 “현대차가 각 차량의 일련번호가 내장된 PDA기기의 서버를 관리하고, 치장업무 속도가 느릴 경우 협력업체 반장‧소장에게 작업 속도를 빨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사용자가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봤다.
협력업체가 독립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을 지휘한 게 아니라 원청의 통제에 의해 작업이 이뤄지는 등 현대차를 위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치장업무는 ‘생산 후 업무’로써 직접생산공정과 명확히 구분되고, 긴밀하게 연동되는 간접생산공정과도 차이가 있다”며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되지 않는 업무로 수행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와 협력업체 근로자들 간 지휘‧명령 관계라는 징표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PDA기기 관리는 전체적인 출고 업무진행 현황 파악을 위해 운영한 것이지 개별 근로자들의 업무 태도나 현황을 파악할 유인이 없다. 이들은 근로자 파견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근로자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병합돼 심리된 나머지 5건도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자동차 출고 전 점검 업무를 맡은 현대차의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도 “생산 공장과 분리된 장소에서 작업이 이뤄져 업무 연관성이 낮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