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등 칩 공급업체·서버·유틸리티 수혜
알파벳, AI 투자 힘입어 시총 2조 달러 돌파
지나친 지출 毒 되기도, 메타 주가 폭락
주요 IT 업체들은 AI를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 등은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데이터센터·기타 설비 등에만 총 320억 달러(약 44조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콘퍼런스 콜에서도 AI 지출을 늦출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AI용 칩과 데이터센터에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자해야 한다”며 “이렇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AI 투자는 MS의 핵심 클라우드 컴퓨팅 제품인 애저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애저는 AI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머무는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습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에서 가장 큰 부를 얻은 사람들은 광부가 아닌 삽을 파는 사람들’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고 NYT는 짚었다.
AI에 대한 지출이 타당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킨 빅테크는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알파벳은 전날 주가가 약 10% 폭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돌파했다. MS와 애플, 엔비디아에 이어 네 번째다.
빅테크의 공격적인 지출에 엔비디아와 같은 AI 칩 공급업체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등 서버 업체, AI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유틸리티 업체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SMCI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0% 뛰었고 알파벳보다 먼저 2조 달러 클럽에 들어간 엔비디아도 82% 넘게 오른 상황이다.
다만 과도한 인프라 지출로 인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폭락한 메타가 대표적이다.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고자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최대 100억 달러까지 높여놨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의 AI 사업을 수익성 기반의 주력 사업으로 확장하기까지 수년간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메타가 2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상황에서 지출을 늘리려고 하자 흔들렸다. 그 결과 메타 주가는 18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RBC캐피털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AI 붐이 일어난 지 1년이 되어 가면서 기업의 지출을 해석하는 데 있어 투자자들의 분별력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전략은 없고 큰 비용만 지출한다면 우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