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농심 ‘짜파게티’…세계 무대서 신라면 뒤잇는다[장수 K푸드②]

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마련된 농심 ‘짜파게티 40주년 팝업스토어(팝업)’를 찾은 김가현(44) 씨는 초등학생 딸들처럼 모처럼 동심에 젖은 모습이었다. 농심은 짜파게티의 40번째 생일을 기념해 이곳에 ‘분식집’ 테마의 팝업을 열었다. 짜파게티 40년 역사를 소개하고 농심의 라면을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날도 오픈 시간(11시)보다 앞서 많은 인파가 몰려 일찌감치 입장 대기줄을 형성했다.

농심 짜파게티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탄생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1984년 3월 출시된 짜파게티는 국내 짜장 라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의 전체 라면 제품 중 신라면에 이어 판매 2위일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짜파게티의 전신은 농심이 1970년 출시한 ‘짜장면’이다. 농심 연구원들이 전국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며 레시피를 전수받아 공들여 만든 국내 최초의 짜장 라면이었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맛도 좋아 출시 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이내 경쟁사들이 모방 제품을 쏟아내 어려움에 빠졌다.

심기일전한 농심은 △면에 잘 비벼지는 스프 △한층 진한 맛 △독창적인 제품명 등 3가지 주요 전략 포인트를 살려 1984년 새롭게 ‘짜파게티’를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스프 제조에 ‘그래뉼 공법’을 도입, 모래처럼 고운 가루 타입의 과립 스프를 적용했다. 그 결과, 스프 알갱이 맛이 모두 같아 면과 스프가 잘 섞이면서도 균일한 맛을 냈다. 춘장과 양파를 볶아 만든 스프, 푸짐한 건더기, 조미유로 중국집 주방에서 화덕으로 볶은 간짜장 풍미를 살려 맛을 극대화했다. 1997년엔 올리브유를 추가로 넣어 고소한 맛을 더했다.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짜장면의 변신은 무죄였다. 짜파게티는 출시 첫 해 매출 53억 원을 기록했고, 2000년 550억 원, 2010년엔 1000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대 들어 짜파게티는 매해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누적 판매량은 약 91억 봉지, 누적 매출액은 3조9000억 원에 달한다. 누적 판매 짜파게티 봉지를 이으면 지구 43바퀴를 돌 수 있다.

짜파게티 흥행에는 유쾌한 광고 카피도 한몫했다. “짜라짜라짜 짜~파게티~”,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등 대표적이다. 오랜 역사만큼 많은 연예인이 광고모델을 맡았다. 1984년 첫 모델 코미디언 구봉서를 시작으로 배우 강부자, 가수 윤민수·윤후 부자, 배우 지창욱, 가수 설현에 이어 현재 대세배우 손석구(짜파게티 더블랙)까지 계보가 이어진다.

장수 제품이지만 이색 조리법으로 짜파게티를 즐기는 소비자는 매년 늘고 있다. 특히 농심의 대표 라면 ‘너구리’를 조합해 만든 ‘짜파구리’가 대표적이다. 2009년 인터넷커뮤니티에 소개된 이 조리법은 TV예능 ‘아빠, 어디가’에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 이어 2020년 2월 미국아카데미 수상 영화 ‘기생충’에서도 짜파구리가 등장,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유튜브 등 각종 SNS를 통해 세계적으로 짜파구리 인기가 치솟자, 농심은 레시피를 11개국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일부 레스토랑에선 영화 속 ‘채끝 짜파구리’를 정식 메뉴로 선보이기도 했다.

농심은 현재 70여개국에 수출 중인 짜파게티를 신라면에 이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짜파게티를 업그레이드한 신제품 ‘짜파게티 더블랙(더블랙)’을 정식 출시했다. 더블랙은 기존 짜파게티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면과 스프 모두 변화를 줘, 더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기존 튀김면 대신 칼로리를 낮춘 건면을 사용했다. 대신 짜파게티의 굵은 면발 특징을 살리기 위해 농심 건면 중 가장 굵은 면을 사용해 더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 스프는 소고기 풍미를 새롭게 첨가하고 볶음양파분말 함량은 늘려, 갓 볶은 간짜장 맛을 한층 살렸다. 심규철 농심 마케팅실장은 “그동안 해외에선 신라면 위주의 전략을 펴왔다. 이제는 신라면에 이어 해외 수출 전략 제품으로 짜파게티를 본격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