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영화 협업 강조한 차이밍량 "영화관은 자유 결핍된 곳"
영화ㆍ영화관ㆍ영화제의 방향 다시 생각하게 하는 '행자 연작'
3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베스트웨스턴플러스전주호텔에서 열린 '행자 연작' 기자간담회에서 차이밍량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관에 가는 걸 포기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행자 연작'의 특색이 영화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느끼길 바란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차이밍량 감독은 대만 예술영화의 상징이다. 1994년 '애정만세'로 제5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후 '하류'와 '구멍'이 각각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3대 영화제의 부름을 받은 거장이 됐다.
그는 2001년 '신과의 대화'라는 영화로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23년 만에 '행자 연작'으로 전주를 찾았다. '행자 연작'은 배우 이강생이 붉은 승복을 입고 세계 여러 나라를 맨발로 느리게 걷는 영화들의 묶음이다. '행자 연작'은 중국 고전 '서유기'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10편이 동시에 상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무색 無色'에서 시작된 '행자 연작'은 같은 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발표된 '행자 行者'로 이어졌다. 현재 열 번째 작품인 '무소주 無所住'까지 완성됐다. '무소주 無所住'는 올해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열한 번째 영화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곳 전주에서 촬영될 예정이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차이밍량 감독님과 (영화 제작을) 협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차이밍량 감독은 "전주에서 촬영될 '행자 연작'이 너무 기대된다. 영화제 기간 천천히 전주를 둘러볼 것"이라고 답했다.
'행자 연작'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탈피한다.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로 진행하는 '행자 연작'은 영화의 본질이 '움직이는 이미지'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짧고,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대세인 현대 사회에서 느리게 걷는 이강생의 모습은 일종의 '저항적 이미지'로 묘한 울림을 준다.
이날 차이밍량 감독은 미술관과 영화의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미술관은 새로운 관객 양성하는 데 좋은 장소"라며 "하나의 그림 앞에 서서 한 시간을 보는 관객이 있다. 굉장히 자유로운 상황이다. 지금 영화관은 이런 자유가 결핍돼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의 특성이 영화와 접목됐을 때, 큰 시너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차이밍량 감독님의 말처럼 영화는 여전히 발전 중인 매체다. '영화관의 죽음' 얘기가 나오지만, 이제 영화 예술이 탄생한 지 100년"이라면서 "영화는 앞으로 개발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큰 예술"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 과정에 차이밍량 감독님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행자 연작'으로 영화관과 영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될 것 같다"라며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