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횡령…손실액 1억 원 이상이면 가중 처벌
다른 것을 달리 취급…형벌체계상 균형 잃지 않아
재판관 전원일치…“평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회계 관계 직원의 국고 손실 행위를 가중 처벌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은 회계 관계 직원이 국고 손실을 입힐 것을 알고서 횡령의 죄를 범하고 그 손실액이 1억 원 이상에 달할 경우 가중 처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6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위헌소원 사건에서 회계 관계 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 형법 제355조 제1항 중 횡령에 관한 부분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청구인들은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 관계 직원으로서 국고를 손실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형사재판 계속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가운데 회계직원책임법과 형법 355조 1항 ‘횡령’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2021년 1월 기각됐다. 이에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사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조항 대상인 1억 원 이상의 국고 손실을 일으키는 횡령 행위는 그로 인한 국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조항이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 횡령죄의 법정형보다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형법상 횡령죄나 업무상 횡령죄의 보호법익은 타인 재물에 관한 소유권인 데 반해 이 사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조항의 보호법익에는 국가 재물에 관한 재산권뿐 아니라 국가 회계사무의 적정성도 포함되므로 보호법익이 서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따라서 헌재는 “이 사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조항은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