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카카오 생산 감소 원인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카카오 주요 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저임금 노동, 투자 부족, 높은 수출 의존도 등 구조적 문제가 품귀 현상을 빚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카카오 품귀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카카오 생산은 단 두 개 국가 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서아프리카의 경제 강국 가나와 그 옆에 인접한 코트디부아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가 각각 세계 전체 카카오 생산량의 19%와 28%를 차지한다. 이 두 나라에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을 더한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 생산량 70%를 맡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이상기후와 엘니뇨 현상으로 서아프리카 일대가 치명적인 폭우를 겪었다. 이에 카카오나무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인 ‘검은 꼬투리 병’이 농지를 휩쓸었다. 닛케이는 “이상기후와 병충해 발생이 국제가격 급등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 사정을 들어보면 공급량 감소가 일시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지 날씨 탓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리차트 오폴리망테 농촌개발국장은 “카카오 생산 감소에 몇가지 구조적 요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 농가의 낮은 소득과 투자 부진 문제를 지적했다. 오플리망테는 “카카오나무 노화는 생산량을 감소시킨다”며 “재배 나무를 바꿔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농부들은 낮은 소득과 빈곤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카카오 농가는 대부분 소규모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 하루 수입은 대략 1달러다.
3월 가나를 방문한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평화구축부의 사쿠라 호리타는 “카카오는 열매가 맺힌 후 30년까지 수확할 수 있다”며 “현지에서 그보다 더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카카오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 시기에 심어진 카카오나무들이 적정 수확 기간인 30년을 넘겼는데 이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화한 카카오나무는 생산량이 감소하고 병해충 감염에 취약하다.
오폴리망테는 “소득이 낮고 노동 강도가 높은 카카오 농업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다”며 “가나에서는 불법 금 채굴로 인한 농장 파괴가 심하고, 서아프리카 국경 인근에서는 카카오 밀수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시장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카카오 수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두 나라는 4월 카카오 가격 폭등을 감안해 종전보다 수매 가격을 50~58% 인상해 톤당 2400달러 수준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1만 달러를 넘는 국제 거래 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며, 수확량 자체도 목표보다 40%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새 나무를 심어도 카카오가 열매를 맺기까지는 최대 6년이 걸린다.
닛케이는 서아프리카의 단작경제(모노컬처) 구조를 가장 큰 문제로 꼬집었다. 아프리카산 카카오는 대부분 네덜란드, 독일 등 해외로 수출된다. 카카오 원료 생산에만 특화되어 있어, 선진국 수요 동향에 따라 가격이 변화한다. 단작경제는 한 나라 경제가 1~2개의 1차 생산품에만 의존하는 것을 뜻한다. 전 세계 카카오의 70%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아프리카가 초콜릿 시장 수입의 5%밖에 얻지 못하는 이유다. 카카오를 초콜릿으로 가공하려면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데, 아프리카에는 이만한 인프라에 투자할 돈이 없다. 더 많은 수입을 얻지 못해 카카오 생산 확대에 국가적으로 투자하기도 힘들다.
일본 초콜릿 제과기업 컨피테일러의 오가타 히로시 전무는 “서아프리카의 복합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카카오 생산량 회복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카카오는 아프리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현재 카카오 시장에는 투기 자금까지 유입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닛케이는 “카카오 가격 폭등은 공급 왜곡 문제”라며 “모든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