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실증특례·임시허가 9건 승인
수전해 설비에 비금속 배관 허용
수소 생산 안정성 높이고 비용은 낮춰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전해 설비에 ‘비(非)금속 배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수소 생산의 안전성이 강화되고 생산성 향상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접수해 지원한 과제 5건을 포함해 총 9건이 승인됐다.
예스티가 신청한 비금속 배관 및 피팅(fitting)을 사용한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 설비가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 승인된 수전해 설비의 배관 및 피팅은 폴리에틸렌 등 비금속 재질로 제작된다. 수산화칼륨과 같은 염기성 수용액에 대한 내식성과 내화학성이 뛰어나고 절연성도 우수해 성능과 안전성이 강화된다. 금속 재질보다 가공·조립이 편리하고 유지보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생산성 향상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에 의해 수전해 설비의 배관과 피팅은 금속 재질만 허용됐다. 이에 비해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은 수전해 설비의 비금속 배관 및 피팅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이를 따르는 해외에서는 비금속 배관과 피팅을 활용한 수전해 설비 제작이 가능했다.
심의위원회는 친환경 수소 생산 기반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스티가 신청한 ‘비금속 배관 및 피팅을 사용한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 설비’에 대해 안전관리계획 수립 및 안전성 평가 등을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예스티는 경남 창원에서 AEM 수전해 설비 2기를 실증할 계획이다.
예스티 장동복 대표는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설비가 실증 승인을 받게 돼 AEM 수전해 설비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세계적으로 친환경 신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 에너지의 보급과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알엠씨테크의 ‘맨홀 충격 방지구’도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고강도 신소재인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된 맨홀 충격 방지구를 함몰이 발생한 맨홀 뚜껑 위에 간편하게 설치해 사고를 방지하는 제품이다.
맨홀은 차량 통행으로 충격이 지속되면 뚜껑이 함몰되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맨홀 뚜껑이 함몰되면 주위를 잘라내고 포장재로 보강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보수에 시간이 오래 걸려 장시간 통행 제한은 물론 분진과 소음이 발생해 국민 불편이 컸다.
이번에 특례를 받은 ‘맨홀 충격 방지구’ 시공 방식은 도로면 보수작업을 할 필요 없이 기존 맨홀 뚜껑 위에 방지구를 조립해 설치하는 방식이다. 기존 보수방식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공사가 가능하다.
심의위원회는 맨홀과 도로의 유지보수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 강화가 기대된다며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도로관리청과 협의, 안전사고 대응방안 마련, 맨홀 기능이나 하수 흐름 방해 금지 등을 조건으로 부여했다.
알엠씨테크는 우선 경기 안양시에서 12~15㎜ 이상 함몰된 맨홀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을 설치해 실증하고 지자체 협의를 통해 추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현종 대한상의 샌드박스팀장은 “이번 심의위원회에서는 신기술이 적용된 수전해 설비, 도로 안전을 지키는 맨홀 충격 방지구 등 혁신적 제품이 규제특례로 승인돼 수소 경제 활성화와 사회 인프라의 안전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