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높아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소형주 벤치마크인 러셀2000지수 편입 기업들의 부채는 총 832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5%에 달하는 6200억 달러(약 851조 원) 부채는 2029년까지 만기여서 재상환이 필요하다. 대형주 중심인 S&P500지수 종목의 5년래 만기 도래 부채 비율이 5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문제는 미국 중소기업 대부분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회사채 발행 대신 변동금리부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한다면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소형주들의 밸류에이션은 역대급으로 낮다. 1월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총 6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재 2회 정도로 전망이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소형주보다는 안정적인 대형주를 찾는 경향도 강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러셀2000지수는 올들어 1.6% 상승하는 데 그쳐 S&P500지수가 9.5% 오른 것과 대조됐다. 최근 3주간 ‘매그니피센트7(M7)’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 7개사의 총수익률 지수는 약 9% 상승했지만, 헤지펀드들의 러셀2000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소형주들의 실적 악화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러셀2000 기업의 42%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적자기업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소형주들의 부채 절반 이상이 단기 또는 변동금리라는 점에서 금융 섹터 이외 미국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향후 5년간 32%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리야 베이트마네 글로벌마켓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소형주가 경기 둔화에 훨씬 더 민감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훨씬 많이 들며 마진 압박도 더 크다”며 “소형주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