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영끌' 집주인 늘었다고? 실상은 부모 지원사격 더 많아…"부의 대물림 심화"

입력 2024-05-13 17:03수정 2024-05-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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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 주택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2030세대 '영끌족'이 실제론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자기 자본 또는 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아 주택을 매수한 '영 앤 리치'들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는 같은 20·30세대 내에서도 부모의 자산에 따른 양극화가 반영된 결과라며 부의 대물림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간한 ‘20·30세대 영끌에 대한 실증분석’에 따르면 2020년 1월~2022년 6월까지 서울 소재 3억 원 이상 주택을 구입한 20·30세대 매수자 중, 영끌족 보다 부모에게 자금을 지원받거나 차입금 없이 주택을 구매한 매수자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끌족은 금융기관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이들을 일컫는다. 해당 연구에선 순자산 5분위 별 한계대출액을 연도별로 추정해, 차입금이 한계대출액을 초과하는 이들을 영끌 매수자로 정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세대 주택 매수자의 영끌 비중을 추정한 결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초과 영끌 규모는 20·30세대 전체 매수자(4만6473명)의 3.8%(1778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대 이상 영끌 매수자 1865명(2.2%)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범위를 넓혀 DSR 기준을 30% 이상으로 낮추게 되면 20·30세대 영끌 매수자 수는 6822명(14.7%), 40대 이상은 3870명(4.5%)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DSR 기준을 50% 이상으로 올리면 20·30세대 매수자는 620명으로 줄어 전체의 1.3%에 그친다.

부동산원은 "DSR 40% 기준으로 청년세대의 영끌 매수자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비교적 넓은 기준으로 영끌 매수자 규모를 추정하더라도 2030세대 주택 매수자에서 영끌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30세대 주택 매수자 중에선 영끌족 보다 이른바 '부모 찬스'를 사용하거나 보유 자산으로 주택을 매수한 이들이 더 많았다. 같은 기간 부모 등 가족에게 1억5000만 원 이상 지원받은 매수자는 9143명, 차입금 없이 주택을 구입한 매수자는 5052명으로 영끌 매수자(1758명)를 크게 웃돌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영끌 매수자는 1098명에 그친 반면, 차입금없이 주택을 구매한 30대 매수자는 4497명으로 4.1배가량 많았다. 또 순자산 상위 20%인 30대 매수자는 1만7744명, 원가족 지원금이 1억5000만 원 이상인 매수자도 7480명을 넘겨 영끌 매수자 보다 각각 16배, 6.9배가량 많았다.

이를 종합할 때 20·30세대는 영끌 보다는 순자산 5분위에 해당할 만큼 충분한 자기 자금을 갖추거나,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비과세 범위를 초과하는 증여를 받은 주택 매수자가 더 많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이다. 심지어 차입금이 없는 매수자의 규모가 영끌 매수자의 규모보다 컸다.

부동산원은 "2020년 이후 주택시장에서는 세대 내 격차가 크게 나타났고, 세대 간 비과세 한도를 넘어서는 자산 이전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영끌 담론에 가려져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전문가 역시 부의 대물림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과 지방 지역,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 계층을 넘어 같은 20·30세대 내에서도 부의 대물림에 따른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조사는 청년층에서도 부의 대물림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난 결과"라며 "현재 50·60세대들의 숙제는 본인이 아닌 자녀의 내 집 마련이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일말의 안전장치를 서울의 소형아파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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