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쇄신을 위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격차'가 흔들리고 있는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원포인트' 인사다.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사진> 부회장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한다.
통상 DS부문장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12월에 이뤄지는데, 7개월이나 앞당겨 수장을 교체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전 부회장은 권오현, 김기남 전 회장들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삼성SDI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작년 말 인사에서 신설된 삼성 미래사업기획단을 맡아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왔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을 이끌며 기술 혁신과 조직의 분위기 쇄신을 통해 반도체 기술 초격차와 미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전 부회장은 권오현 전 회장과 옛 삼성 미래전략실 주요 인사들로부터 두루 신뢰 받았던 흔치 않은 인물 중 하나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DS부문에서 연간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IT 수요 침체 등의 탓이 컸지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성장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기는 등 차세대 시장 선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1분기에는 전방 수요 회복과 메모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HBM 5세대인 HBM3E 12단 양산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DS부문장 변경과 관련해 디바이스 경험(DX), DS부문 양 대표이사가 협의하고 이사회에도 사전 보고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사업기획단을 맡기로 한 경계현 사장은 최근 반도체의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2020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2022년부터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해 왔다. 경 사장은 삼성전기 대표이사,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을 맡았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전자 및 전자 관계사의 미래먹거리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부사장)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담당으로 재배치하는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김 부사장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반도체 투자 등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의 DS부문장 임명과 김 부사장의 삼성전자 복귀는 반도체를 반드시 부활 시키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