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사기관이 음주운전 사실이나 뺑소니의 범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번 김호중 씨 사건도 마찬가지로 뺑소니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영상이 수없이 존재한다. 운전자 바꿔치기,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제거 등이 이뤄져도 곳곳에 설치된 모든 디지털 증거를 제거하지 않는 한 운전자의 신원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을 나눠보면 △김 씨에게 어떤 죄가 성립될 수 있을지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사고 적발을 피하는 것이 가능한지 △사고 후 긴 시간이 지난 뒤 음주측정이 이뤄진다면 음주운전을 입증할 수 있을지 △검찰총장이 말하는 사법방해 범죄란 무엇인지 △김 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처벌이 예상되는지(구속영장이 발부 여부)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김 씨는 뺑소니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소속사 주도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김 씨가 이에 공모하거나 관여했다면 운전자 바꿔치기에 대해서는 범인도피교사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할 수 있다. 허위 자수를 한 소속사 직원이 사고 당시 김 씨의 옷을 입고 갔기 때문에 김 씨가 직‧간접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블랙박스 메모리 제거의 경우 김 씨가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했다면 증거인멸교사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인 조사방해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씨의 음주운전 사실이 입증된다면, 도로교통법이 적용돼 혈중알코올 농도의 정도에 따라 최소 500만 원부터 2000만 원까지의 벌금형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별도로 적용될 수도 있다.
애초 김 씨는 뺑소니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음주 사실은 부인한 바 있다. 수사기관은 김 씨가 방문했던 음식점‧유흥주점의 CCTV 영상 확보, 술자리 동석자‧종업원들의 진술 청취, 영수증이나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 확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 씨의 소변 검사를 통해 음주 이력을 추적함으로써 사고 당시 음주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러 과학적 수사기법과 디지털 증거들을 통해 알 수 있듯, 음주운전 사실이나 뺑소니 적발을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음주운전 후 상당 시간이 지나 음주 측정을 한다면 혈중알코올 농도가 감소하게 돼 기존 처벌 기준보다 훨씬 미달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럴 때 음주운전 당시 운전자가 마신 술의 종류와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근거로 당시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기법이 있는데, 이를 ‘위드마크 공식’이라고 한다.
다만 사람마다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거나 분해되는 속도가 다르고, 계산식의 전제가 되는 실제 음주량이나 음주 속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기 위한 전제사실의 충분한 증명이 없다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만약 김 씨가 법정에서 음주운전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 농도 수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위드마크 공식이 적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전제사실에 대한 증명의 정도에 따라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무죄의 원인이 김 씨의 측정방해 내지 지연행위에 기인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다른 유죄 혐의에 대한 양형을 정할 때 이를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 유죄 인정 여부가 김 씨의 전체 양형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다.
운전자 바꿔치기, 블랙박스 메모리 제거, 사고 후 추가 고의음주 등은 ‘사법방해 범죄’로 꼽힌다. 사법방해 범죄가 확인될 경우 검찰은 구속 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법원에서도 실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범인이 스스로 도망하거나 직접 증거를 인멸하더라도 범인 본인은 형법상 그 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처벌받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 범인을 위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에만 처벌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범인 본인이라도 다른 사람을 시켜 범인 자신이 도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게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경우 범인도피교사죄나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를 제시하고 있다.
김 씨의 경우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주도한 사법방해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이른바 사법방해 범죄의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뺑소니, 음주운전, 범인도피교사, 증거인멸교사 등 범죄가 모두 유죄로 판명된다면, 최소한 징역형과 함께 그 죄질의 정도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각각의 법정형이 높은 데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사법방해범죄의 종류가 다양하고 수위와 내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자 바꿔치기는 구속사유 중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방증이 되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제거는 그 자체로 증거인멸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되는 셈이다.
다만 김 씨의 혐의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와 함께 직업이나 인지도상 수사나 재판을 피하고자 도망한다는 것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향후 본인의 혐의사실에 대해 전부 인정할 경우 사실상 추가적인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도 없다고 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이 기각할 가능성이 있다.
[도움]
김강대 대표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습니다. 서울, 수원, 천안, 대전, 대구 지역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면서 다수의 교통전담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