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 협의 본격 개시…H지수 반등은 '변수'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4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과 투자자 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만, 홍콩H지수가 최근 반등했고 여전히 전액 배상 등을 요구하며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을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내로 수천 명의 배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올해 1월 만기가 도래한 ELS 손실 확정계좌(중도해지 포함) 6300여 건의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관련 위원회를 통해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계좌별 배상 비율을 확정한 뒤 해당 고객에게 KB국민은행 본사가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후 영업점 직원이 개별 고객에게 유선 전화로도 한 번 더 안내한다.

하나은행도 배상위원회를 열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다수 고객과 협의, 조정하기로 했다. 매월 격주로 배상위원회를 개최해 배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앞서 이달 23일까지 820건에 대한 배상 협의를 마쳤다. 이번 주 합의 사례는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도 이번 주 수백 건의 자율배상 협의를 앞두고 있다. 21일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뒤 667건이 접수됐지만, 아직 첫 배상금 지급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배상 비율에 이의를 제기한 69건을 제외한 598건의 경우, 이르면 이번 주 중 배상금 지급과 함께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은행들은 앞서 3월 말 이사회에서 ELS 자율배상을 결정했지만, 배상위원회 구성 등 실제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협의가 두 달가량 지지부진했다. 이달 금융당국에서 ELS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가 나온 만큼 이번 주부터 배상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배상 협의 속도가 은행권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있어서다.

최근 반등한 H지수도 주요 변수다. H지수는 2022년 4900대로 추락했다가 최근 6600대까지 올랐다. 은행들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시하는 자율배상액이 통상 손실액의 40% 안팎인 만큼, H지수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은행의 배상액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