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재정적자 통제하라” 권고에 대응 나서
미국, 학자금 대출 추가 탕감에 비판 직면
신흥국 ‘긍정적’ 신용등급 전망 역대 최고 수준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서 벗어나고 정책 개선”
선진국과 신흥국이 부채 문제를 놓고 엇갈린 성적을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불어난 부채에 정책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 부닥쳤지만, 신흥국들은 신용등급이 회복되면서 자금 조달에 여유가 생겼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정부의 경제 개혁 일환으로 자국 실업수당을 삭감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새 계획에 따르면 최대 지원 기간은 18개월에서 15개월로 줄어들고 혜택을 받는 데 필요한 근무 기간도 연장될 예정이다.
아탈 총리는 “비용 절감 조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프랑스 안팎에선 당국이 늘어난 부채 압박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23일 재정적자를 통제하라고 프랑스 정부에 경고했다. IMF는 “프랑스가 공공 재정을 강화하려면 지금의 정책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후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2027년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한도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기간 천문학적인 현금을 풀었던 미국도 부채 압박에 직면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최근 학자금 대출을 추가로 탕감하기로 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백악관은 21일 1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총 77억 달러(약 10조5300억 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탕감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의원들은 “대출 탕감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대선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유권자의 표를 사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달리 브라질, 나이지리아, 튀르키예, 이집트 등 신흥국들은 10년간 지속한 신용등급 강등 움직임이 마침내 반전되기 시작하는 등 부채 문제가 개선될 조짐을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가 수정한 국가 신용등급 전망의 약 4분의 3이 ‘긍정적’으로 움직였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던 것과 정반대다.
무디스는 현재 15개 개발도상국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S&P의 경우 17곳에 달했다. 피치의 긍정·부정 전망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긍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에드 파커 피치 국가 신용등급 평가 부문 대표는 “이러한 반전은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에서 회복했다. 다른 나라들은 정책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기등급(정크)에 속한 개도국들이 부채 상황을 개선하면서 다시 채권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등 혜택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