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거주 러시아인 15.4만명→9.6만명으로 ‘뚝’
거주 허가 퇴짜 늘어나고 70% 육박 인플레도 영향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인들의 도피처로 각광받았던 튀르키예의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치솟는 물가와 외국인에 대한 정책 변화 등으로 튀르키예 거주하는 러시아 인구가 최근 크게 감소했다고 최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실제로 튀르키예 최근 공식 통계에 따르면 튀르키예 거주 허가를 받은 러시아인은 5월 현재 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 15만4000명에서 3분의 1 넘게 줄어든 것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상당수의 러시아 사람들이 징병과 서방의 대러 제재 등을 피하려고 본국을 떠나 제3국으로 향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민의 국외 이주에 관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약 80만 명의 러시아인이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튀르키예는 본국을 떠나려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인기 국가였다. 튀르키예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우호 관계여서 서방의 제재 문제와 러시아의 징병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러시아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서방의 대러 제재를 피해 튀르키예에서 사업을 하려는 러시아 사업가들이 주로 이스탄불과 휴양지로 유명한 안탈리아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최근 2년 새 상황은 달라졌다. 튀르키예의 외국인 체류 관련 정책이 강화되면서 거주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려워졌다. 현지에 거주 중인 러시아인들은 로이터에 “지난해 초부터 튀르키예에서 거주 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어려워져 튀르키예를 떠나 세르비아나 몬테네그로 등 친러 성향의 동유럽 국가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튀르키예 무역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자본으로 튀르키예 현지에 설립된 기업 수는 2022년 140개에서 2023년 68개로 급감했다.
치솟는 물가도 러시아인들의 재탈출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튀르키예는 초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69.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블룸버그 전망치(69.1%)보다는 낮았지만, 전월치(67.1%)보다 높아졌다.
1년 전 징병을 피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이스탄불로 왔다는 46세 한 러시아인은 “튀르키예에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면서 “1년짜리 주택 임대 계약을 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몬테네그로로 이주하려고 한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튀르키예보다 몬테네그로가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