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증권, 장회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군 초점
점수 결과 낮으면 '소비자 경보' 발령
올해 상반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은행 직원 횡령 등 금융권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고강도 암행단속에 나선다. 다음달 말부터 9개월 간 강화된 ‘미스터리쇼핑(상품판매실패 암행감사)’에 착수하는 것이다. 불시에 영업점을 시찰해 금융사들의 상품 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소비자 권익침해와 법규위반 사항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6월 말부터 내년 2월까지 9개월 간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한다. 미스터리쇼핑은 금감원이 위임한 외부 기관 직원이 일반 소비자로 가장해 금융사 판매 실태 등을 점거하는 일종의 ‘암행 단속’이다. 금융상품 판매사 점포를 내방하거나 콜센터에 전화를 하는 방식으로 금융사 실태를 조사한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다음달 중순까지 조사 업무를 맡을 외부 업체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펀드, 파생결합증권,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에 대한 부당 권유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홍콩 ELS는 현재 대다수 은행들이 판매를 중단한 상태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고위험 상품군 위주로 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년 전 권역을 볼 수 있도록 2~3개 상품을 선정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 금융사 점수가 낮아 취약한 부분이 발견되면 소비자 경보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점수를 매년 개량하고 있고, 질문이 이상하거나 금방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경우 질문 항목도 바꾸고 있다”며 “쇼퍼들이 한쪽 지역에만 몰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분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상품 외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 등도 들여다본다. 최근 홍콩ELS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서 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를 세세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실제 홍콩 ELS 판매 시 투자자 성향을 분석하지 않았거나 손실 가능성을 축소해서 말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있었다.
금감원이 세운 점검대상 금융상품은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 등이다. 대면채널(전국의 금융상품 판매점포, 모집인 등) 및 비대면채널(텔레마케팅채널, 다이렉트채널 등)로 나뉜다. 올해는 최대 3개 프로젝트를 구성해 동시 또는 순차 점검을 실시한다.
금감원은 이번 미스터리쇼핑 조사 표본 수를 900회로 계획하고 있다. 전국 은행·증권·보험사 영업점 조사만 약 750회에 달한다. 비대면 채널 조사는 약 150회로 잡았다. 금감원을 이를 토대로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저조 등 5등급으로 금융사를 평가해 지적사항을 ‘개선 계획’ 형태로 보고받는다.
이번 미스터리쇼핑에서는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 여부가 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 시행으로 일부 금융상품에 적용한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 등이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편, 내부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횡령 배임 사고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영업점에서 발생한 약 110억 원의 배임을 포착하고 추가로 자체감사를 벌인 결과 최근 약 64억 원 규모의 배임 2건을 또 발견했다. KB국민은행에서도 지난 3월과 4월 대출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배임이 발생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36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