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간 대담서 중립금리 추정·CS사태 교훈 등 의견 나눠
이창용 “중립금리 추정, 경상수지 등 글로벌 요인 도입 시 변동 커”
SNB 총재 “불확실성, 균형점 명확하게 못 보는 핑계삼으면 안돼”
이창용 총재와 요르단 총재는 30일 한은이 ‘중립금리의 변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함의’ 주제로 개최한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대담을 나눈 자리에서 중립금리 추정, CS사태 교훈, 외환시장 개입 경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나눴다.
이 총재는 “R-스타(이하 중립금리)는 매우 학술적인 개념이라 이해하기 어렵지만 통화정책에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희(한은)는 4~5가지의 추정 모델을 가지고 있다. 실질금리가 (중립금리) 범위의 상단에 있는지, 또는 하단에 있는지를 비교해서 통화정책 스탠스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금융안정성도 고려해 중립금리를 구하려고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환율, 경상수지, 자본 이동 등 글로벌 요인을 도입하려고 할 때마다 모델 추정치가 상당히 많이 변동한다”며 중립금리 추정에 대한 개선 방안을 요르단 총재에 물었다.
요르단 총재는 “소통뿐만 아니라 내부 토론을 통해 경제의 균형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이 균형점이 어디인지 또는 어디가 가장 균형점이라고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보지 못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요르단 총재는 대담에 앞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중립금리에 대해 “통화정책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라며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실제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중립금리 추정을 무시하는 것은 실수”라고 강조했다.
요르단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면 환율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효환율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지만 물론 이는 각 통화권의 가격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요르단 총재에게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묻기도 했다. 이에 요르단 총재는 “‘OK’로 정확한 답변을 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창용 총재는 요르단 총재에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해서도 물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당시 CS에 유동성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요르단 총재는 “유동성이 너무 빨리 빠져나가지 않도록 은행이 장기적인 자금 조달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면서 “은행이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더 많은 담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산을 중앙은행에 제공할 수 있는 담보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탄탄한 자금 구조와 최선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도 담보가 부족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은 항상 존재한다”며 “공적 유동성 백스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요르단 총재는 중앙은행의 권한과 독립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요르단 총재는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성공을 위해서는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지만 독립성은 권한이 좁게 유지될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권한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