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들어오자 고발자 신원 추궁…조사 협조 직원 인사조치
감사실, 직급 한 단계 강등 처분 요구…“불법한 영향력 행사”
한국도로공사 지사장이 자회사 직원에게 수건·작업복 세탁 등 사적 노무를 제공받다가 적발됐다. 지사장은 해당 사실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자 조사에 협조한 지사 직원을 다른 곳으로 발령내는 등 인사 불이익을 줘 고발까지 당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도로공사 감사실은 최근 ‘임직원 행동강령 등 위반’ 감사를 벌여 모 지사장에게 징계(강급) 처분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강급은 직급이 한 단계 강등되는 조치다. 또 인사 불이익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사장은 지난해 4~12월 공사와 시설관리 계약을 맺은 자회사 직원에게 본인이 사용한 수건·피복 등을 세탁해달라고 요구했다. 수건은 여름철 주 1회, 피복은 거의 매일 세탁했다고 한다. 개인 세탁물이지만, 별도의 대가는 지급하지 않았다.
그해 말 자회사에서 점검차 지사를 방문할 당시 지사장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자 지사장은 신고자 신원 확인을 시도하고, ‘사무실 거미줄 제거 미수행’ 등 청소사항을 지적하는 문서를 관련 기관에 보고했다. 자회사 직원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결국 자회사 직원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근무지 분리를 요청했고, 자회사는 직원을 전보 조처했다. 공사 감사실은 지사장이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해 직무 관련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요구하는 등 부당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지사 소속 A 씨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서무 업무를 수행하며 사옥청소 용역 감독을 겸임하던 A 씨는 앞서 신고된 개인 세탁물 관련 조사 과정에 협조했다. 이에 지사장은 진술한 내용 등을 담은 경위서를 A 씨에게 제출받았다.
이후 지사장은 A 씨에게 감사 개시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다. 승진시험 응시 대상자였던 A 씨는 올해 초 인사이동 희망지 조사에서 잔류를 요청했지만, 지사장은 근무평정 불이익을 예고하며 전출을 강요했다. 결국 A 씨 역시 다른 지사로 전보 조처됐다.
감사 과정에서 지사장은 세탁이 사적 노무가 아니었고, 신고자 신원을 확인하려던 것은 고발장에 피고발인을 기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A 씨에 대한 전보 조처도 감사 사건 보고 지연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실은 세탁 요구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있고, 신고자 신원을 알려주는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라고 반박했다. 또 감사 책임을 A 씨에게 전가할 뿐 모두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부위원이 참여한 심사위원회도 지사장이 공식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지사장이 앞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자회사 직원을 고발한 사건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통상 징계 구간은 강급, 해임, 파면인데, 이 사안은 해임해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해당 지사장이 과거 징계 전력이 없고 30여 년 동안 회사 기여한 바가 있다는 점을 정상 참작했다”고 말했다.
본 신문은 위 기사와 관련하여, 사실 확인 결과 지사장은 현재 수사기관에 고발된 상태가 아님이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