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재산’은 이번 세기의 이혼소송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특유재산의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가에 협력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가사노동 등은 ‘협력’에 포함된다.
만약 혼인 중에 쌍방의 협력으로 재산을 취득했다면, 명의와 상관없이 공동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이 된다. 맞벌이 부부가 혼인 기간에 서로 협력해 남편 명의로 아파트나 주식을 사더라도 특유재산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으로 재산분할되는 식이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보자. 남편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 단 아내가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고,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이 된다.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데는 명의자에게 유리한 요소로 고려된다.
만약 아내가 혼인 중 친정 부모에게 토지를 물려받았다면, 특유재산으로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남편이 소득활동으로 상속세를 마련하거나 부부공동 생활비를 부담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산의 유지에 힘썼다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지였다. SK 주식은 혼인기간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다. 1심은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봤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최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에게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등 노 관장의 가족들이 주식의 형성이나 가치의 유지 및 증가에 유·무형으로 기여한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것이다.
또 최 회장 소유의 다른 SK그룹 주식은 최 회장이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특유재산이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기간이 30년이 넘는 점, 노 관장이 가사 및 양육을 담당하는 동시에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으로 재직하며 소득 활동을 한 점 등을 종합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가사노동 및 양육과 일정한 영역의 대외활동 등을 통해 가족관계를 비롯한 일정한 영역에서 최 회장의 대체재 내지 보완재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경영 활동과 SK 주식의 가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사실관계가 아닌 법률적 쟁점만을 다루는 대법원에서 가사 소송에 대한 원심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는 드문 만큼,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혼소송을 심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성균 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는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비자금 관련 메모에 대한 신빙성, 유형적 기여가 아닌 무형적 지원에 대한 여부, 산정 방법 등 항소심에서 다뤘던 쟁점을 모두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가사 사건은 심리불속행 기각도 많은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을 듯하다”며 “일종의 리딩 케이스(선례가 되는 판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도 오랜 시간 고민해서 결론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움]
정성균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사건 전문법관을 지냈습니다. 현재 법무법인 LKB & Partners 소속 변호사로서 가사상속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