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영상 유포’가 스토킹?…법원 판단‧법조계 시각은

입력 2024-06-06 12: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거절 의사 표했는지가 중요…스토킹처벌법 대상 되기 쉽지 않아”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고 이를 촬영‧유포한 최재영 목사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초경찰서는 김 여사에게 10여 차례 만남을 요청해 ‘명품백 전달’ 과정을 몰래 촬영하고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최 목사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에 해당하는지 수사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 목사는 2022년 6월부터 김 여사에게 연락을 보내기 시작했다. 김 여사의 답이 없어도 ‘인사를 드리러 가겠다’, ‘선물 잘 받았나’ 등의 메시지를 10여 차례 보냈다. 같은 해 9월 12일 김 여사 측은 최 목사와 약속을 잡았다. 두 사람은 다음 날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건네면서 손목시계에 내장된 초소형 카메라로 이를 촬영했다. 지난달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해당 영상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서울의소리는 윤 대통령 부부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올해 초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최 목사를 맞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영등포경찰서는 최 목사가 김 여사의 사무실을 찾아간 것이 건조물 침입 혐의에 해당하는지 수사하고 있다. 13일과 14일 각각 최 목사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를 불러 관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초경찰서에서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스토킹범죄 성립 요건과 법조계 시각은

최근 관련 범죄가 증가하면서 ‘어디까지 스토킹으로 봐야 하는가’가 주요 쟁점이 돼 왔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스토킹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등의 행위를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스토킹행위가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3월 대법원은 헤어진 애인을 3차례 찾아갔다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의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으며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2월 대전지법은 자신의 기초생활수급비를 가져갔다는 이유로 이웃 주민을 스토킹해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로 정상적 생활이 어려울 만큼 정신적‧신체적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초기에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단일한 행위가 상당한 시간 지속되거나 여러 행위 상호 간에 일시·장소의 근접, 방법의 유사성, 기회의 동일, 범의의 계속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 전체를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이 사건의 행위는 지속성 또는 반복성이 인정돼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최 목사의 연락이나 방문에 대한 거절의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런 정황이 없는 한 (최 목사의 행위가) 스토킹처벌법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 촬영 및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을 적용하는 게 더욱 타당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