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금융허브 두바이에 밀리며 입지 작아져
최근 빈 살만 왕세자는 리야드를 금융 허브로 부상시키기 위해 외국 기업 유치 조건을 완화했다. 다만, 그 조건으로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본사를 설립하거나 가족 공동 거주 계획 등이 있어야 한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을 잃지 않고 싶다면 리야드에 와야만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리야드에 100억 달러(약 13조7300억 원) 규모의 사무실을 열고 두바이와 다른 지역 은행원들을 리야드로 이전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야드에 있는 유럽 최대 은행 HSBC홀딩스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도 두바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직원을 늘렸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는 리야드를 지역 주요 거점으로 선택했으며, 글로벌 3대 신탁은행으로 꼽히는 미국의 노던트러스트컴퍼니는 리야드에 지역 본부를 설립했다.
다만, 금융 기업을 유치하기엔 리야드의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야드의 부족한 의료·교육 시설이 그 원인이다. 블룸버그는 외국 주재원들이 리야드에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와 자녀가 다닐 학교를 찾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리야드에 사업 라이선스를 받은 한 자문회사 회장인 메이 나스랄라는 “전반적인 인프라가 다른 금융허브에 비해 부족한 점은 여전히 과제”라고 말했다. 나스랄라 회장은 “외국 기업에서 일할만한 현지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은행가들은 사우디의 경제 규모와 비교해 수익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의 아람코베이스오일은 13억 달러 공모에 8500만 리얄, 즉 1.6%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미국에서는 평균 5배가 넘는 수수료 이익을 얻는다.
중동 제1 금융허브인 두바이를 넘어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도 금융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두바이의 탄탄한 생활 인프라, 치안, 교통편 등에 밀리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산더 폰 주르 뮬렌은 “사우디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여전히 두바이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