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경험 위해 리모델링 한창
고객뿐 아니라 지역과도 밀착 관계 도모
# 씨티은행이 작년 4월 9개월간의 개조작업을 거쳐 맨하튼 64번가에 새 지점을 선보였다. 창구는 후선으로 배치되고, 라운지ㆍ개방형 회의공간ㆍ새장 모양의 반밀폐형 나무 의자 등이 전면 즐비해 호텔 로비를 연상시켰다. 고객들은 창구 앞에서 줄을 서는 대신에 소파에 앉아 온라인으로 예약한 시간을 기다린다. 씨티은행은 2017년부터 수표환전ㆍ송금 업무에서 고객관계ㆍ자문서비스로 중심을 전환하기 위해 수백 개의 지점을 점검해왔다.
은행들이 지점을 호텔ㆍ카페처럼 고객들이 편안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재조성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은행 고객들이 기본적인 업무는 온라인으로 활용하고, 지점에는 대출ㆍ재무설계 등 상품에 대한 안내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함에 따라 지점 수 축소와 함께 물리적 공간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체이스는 2018년부터 2300개의 지점을 리모델링했으며 2027년까지 1700개의 지점을 더 개조할 계획이다. 가령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근처의 한 지점에서는 자문 서비스를 위한 사무실을 50개 이상 마련하고 창구 라인을 없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작년에 지점을 현대화기 위한 3년의 노력을 마무리했다. 가령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인근 BofA 지점을 이전에 조각가의 스튜디오 공간으로 사용된 곳을 개조해 2021년 12월 개장했다. 창구는 라운지 공간 뒤편으로 물러나고 기존에 있던 예술가의 조각품과 인근 지역의 예술품이 전시됐다.
BofA의 리브가 시그프리스 디자인책임자는 “고객들이 안으로 들어오기를 원하고 편안하고 직관적인 느낌을 받길 바란다”면서 “디자인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지역 특유의 장식을 추가한 것으로 유명한 커피점 스타벅스, 화장품 브랜드 에이솝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더 나아가 놀 수도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최근 은행들의 목표를 가장 잘 구현한 곳으로는 금융지주사 캐피탈원의 카페가 꼽힌다. 캐피탈원 카페는 미국 전역에 55곳이 있다.
캐피탈원 카페에서 직원들은 배경으로 사라지고 고객들은 푹신한 부스에서 라떼를 마시며 채팅, 원격 근무 또는 회의를 한다. JP모건체이스 등 은행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HOK의 카이 올슨 디자인 디렉터는 “오프라인 매장 없이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은 물리적 존재의 의미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조된 지점에서 수표를 현금화하고 예금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은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연결을 원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은행들은 지점이 고객뿐 아니라 지역의 커뮤니티와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2019년 할렘에 ‘커뮤니티 뱅크’ 1호점을 열었다. 이 지점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벽화가 장식돼 있으며, 로비에는 쇼콜라티에(초콜릿 요리사), 헤어스타일리스트 등 지역의 팝업스토어가 운영된다. 넓은 회의실과 이벤트 공간도 마련돼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지역사회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와이파이와 컴퓨터를 개방하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 할렘 지점의 커뮤니티 매니저인 록키 차우두리는 “부자들을 위한 은행으로 알려져 있어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커뮤니티 뱅크 모델은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HOK의 올슨은 “은행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함에 따라 앞으로도 친절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에 집중할 것”이라며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은행에서 계속 이런 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지점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