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의 가격 부담이 커지는 푸드플레이션(food+inflation)이 일상화된 가운데 이상기온으로 인한 프루트플레이션(fruit+inflation)도 심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중 특히 과실 물가가 폭등하면서 ‘金사과, 金귤, 金딸기’는 유행어가 될 정도다. 소비자 시름을 덜기 위해 주요 유통사들은 일제히 과일값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B급으로 취급받던 못난이 과일과 국산 대비 저렴한 수입과일까지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100)로 작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생활필수품을 포함하는 생활물가지수도 116.5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식품물가는 3.9%, 식품 이외는 2.5%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131.08로, 1년 새 무려 17.3%의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과실(생과일) 물가 상승률이 39.5%로 가장 높았고, 신선채소는 7.5% 올랐다. 이상기후로 일조량 등이 부족해지자 국민 과일로 불리는 사과, 수박 등 수확량이 적어진 탓이다.
이처럼 치솟는 신선식품, 특히 과일 물가에 대응해 각 유통사가 앞다퉈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에선 그동안 취급하지 않던 ‘못난이 과일’까지 공수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동 본점과 강남점 신세계푸드마켓 도곡 등 10개 점포에서 16일까지 ‘언프리티 프레시’ 행사를 진행한다. 그동안 상품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던 과일이 프루트플레이션으로 인해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대표 상품은 애플수박(1입, 7900원), 머스크멜론(1입, 9900원), 자두(1팩, 6900원) 등이다. 롯데마트는 내달 12일까지 수박 전 품목을 ‘상반기 최저’ 수준 가격에 판매한다. 엘포인트 회원이라면 2000원 할인이 기본이고, 행사 카드로 결제하면 2000원 추가 할인이 적용된다. 최종 혜택가는 6~7kg 1만4990원, 7~8kg 1만6990원이 된다.
국산 대비 저렴한 수입과일도 물가 안정의 구원투수가 되고 있다. CJ온스타일에서 5월 한 달간 판매된 수입체리 판매량은 1년 전보다 329% 증가했다. 수입오렌지, 키위 판매량도 각각 196%, 87% 늘었다. 특히 지난달 16일 CJ온스타일 TV라이브에서 방송한 제스프리 썬골드키위는 3000세트 넘게 판매되며 전체 매진됐다. 방송 중 구매 시 익일배송은 물론 3만 원 대 가격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제스프리 키위 상품은 13일 오후 2시 35분 앙코르방송까지 잡혔다.
쿠팡도 신선식품 카테고리 ‘로켓프레시’ 과일부문 최상단 페이지에 국산 과일 대신 뉴질랜드산 키위, 미국산 오렌지 등을 배치하며 수입과일 비중을 늘렸다. 가성비가 높은 냉동과일도 신선과실의 훌륭한 대체재로 인기다. CJ프레시웨이가 ‘이츠웰’을 통해 1~5월까지 판매한 칠레산 냉동블루베리는 약 458톤(t)으로 지난해보다 2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냉동과일 매출도 1년 전과 비교해 30% 이상 늘었다.
수입과일 유통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이달 말 예정한 과일 할당관세 종료 시점을 하반기까지 연장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과일 유통을 위해 농장과 직계약 등 여러 노력 중이나, 세계적인 기후 이상으로 인해 예년보다 수급이 여의치 않다”며 “다양한 판로 확보를 통해 소비자 구매 부담을 낮추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