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똑같은 향은 싫다”…여름에 더 각광받는 ‘니치향수’

입력 2024-06-22 05:30수정 2024-06-2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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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으로 자신 드러내는 MZ 문화 확산…각 업체 새로운 향 찾기 사활

▲메모파리 소용량 향수 컬렉션.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불황에도 향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MZ세대 소비자들이 늘면서 니치향수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한낮 30도 넘는 불볕더위에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니치향수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이들 수요를 잡기 위해 패션업계도 해외 니치향수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니치향수란 전문 조향사가 만든 프리미엄 원료와 기법으로 제조한 향수로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프리미엄 향수를 의미한다. 주로 향수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들의 제품을 니치향수, 뷰티·패션업체들 선보이는 대중적인 향의 제품을 패션향수로 분류했다. 하지만 니치향수가 각광을 받자 뷰티·패션업체들도 향수 제품을 강화, 니치향수와 패션향수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다.

22일 패션뷰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의 향수 카테고리 매출은 꾸준히 상승 추세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1~5월 향수 카테고리 매출은 각각 10.2%, 20%, 15.1% 늘었다. 이 같은 향수 매출의 신장세는 니치향수가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의 니치향수 부문 매출 신장률은 28.4%을 기록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중적인 향보다는 남들이 잘 쓰지 않는 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다른 향수보다 단가가 좀 더 높은 니치향수 수요 증가로 전체 향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황에도 니치향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으로 남들과는 다른 향을 사용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MZ세대 고객들의 소비문화가 꼽힌다. 통상 20~30만 원대로 다소 가격대가 있지만 ‘스몰 럭셔리’ 아이템으로 떠오른 니치향수 구매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모습이다.

늘어난 수요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2018년(5152억 원)에서 지난해 약 9200억 원으로 78%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니치 향수의 비중은 약 9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2025년에는 1조 원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니치향수의 인기는 나를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며 “과거에는 주로 패션을 매개체로 통해 자신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차별화된 향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에 패션업계도 본업인 패션 외 해외 니치향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스페인 럭셔리 향수 ‘로에베 퍼퓸’에 이어 프랑스 무알코올 비건 향수 ‘에르메티카’를 새로 론칭해 모두 14개 브랜드로 라인업을 늘렸다. 2월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프랑스 니치향수 브랜드 메모파리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소용량 향수 7종을 출시했다. 그동안 메모파리의 향수 제품은 75㎖, 100㎖ 사이즈로 출시했지만, 처음으로 휴대성을 높인 30㎖ 용량을 개발해 아시아 지역에만 단독으로 선보였다.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가 출시 '스토라 스쿠간' 제품 7종. (사진제공=한섬)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섬도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며 향수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섬은 작년 11월 아르헨티나 니치 향수 브랜드 ‘푸에기아1833(FUEGUIA 1833)’의 국내 1호 매장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선보였다. 푸에기아1833은 201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설립된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로, 각 제품을 1회 만들 때 1000병 이하만 한정 생산한다. 향수병에 생산연도와 고유번호를 기재하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2022년 5월 국내에 들여온 프랑스 니치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Liquides Perfume Bar)’을 통해 ‘스토라 스쿠간(Stora Skuggan)‘ 제품 7종을 출시했다.

LF도 향수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위해 브랜드 유치에 공들이고 있다. 프랑스 니치향수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와 2022년 4월 론칭한 니치향수 편집숍 ‘조보이(JOVOY)’을 중심으로 니치향수 브랜드를 늘려 현재 11개 브랜드를 갖췄다. 오프라인에선 압구정 라움이스트,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등에서 조보이 매장을 운영 중이다.

LF 관계자는 “니치향수 마니아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를 지속 발굴하고 매장 확대 및 신제품 출시를 지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F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 향수/ (사진제공=LF)

업계 관계자는 “고가 향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스몰 럭셔리 열풍이 계속 이어지면서 본인이 선호하는 향에 대한 로열티가 높고 확고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늘고 있다”며 “향후 니치향수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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