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가 옳다는 입장…요건 완화·경영판단 원칙 도입도 대안"
" 법인세, 배당 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개선도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 관련 논란과 관련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과 함께 배임죄 폐지 또는 처벌요건 완화가 패키지로 논의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 등 제도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당국에서 최종적으로 입장이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저희 금감원은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은 상법과 형사법 양 분야에서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친다”며 “형사법 영역에서는 배임죄 등으로 이사회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있고, 이에 따라서 우리 법원은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만 한정하는 등 좁게 봐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회의 주주충실 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서 너무 당연히 여겨지는 것”이라며 “일부 논객들 사이에선 이사회의 충실 의무가 해외에는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데 유감스럽다. 논쟁하고 싶다면 공개토론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임죄도 유지와 폐지 중 하나를 고르라면 폐지가 낫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원장은 “배임죄는 회사 내지 주주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삼라만상을 다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구체적인 구성 요건을 명시해 고의성이 있는, 나쁜 짓을 한 때에만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경영판단 원칙 법제화도 고려될 수 있다고 이 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특정 경영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했는지, 제3자의 의견을 구한 바 있는지, 반대 주주에게는 적정한 보상을 해주는 등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경영판단 원칙을 규정할 수 있다”며 “이런 절차를 거쳤다면 당연히 경영진은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빼줘야 한다”고 했다.
주주충실 의무를 적용하면 경영 활동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이 원장은 “통상적으로 손익거래 등의 경영 활동은 판단이 쉬워서 복잡한 원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한정적인 상황뿐이며,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사업적 잣대를 대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과거 검사 시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해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임원들을 기소했던 때와는 상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배임죄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며 “전·현직을 통틀어 배임죄 기소를 가장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니 더 설득력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원장은 이외에도 “법인세 세액 공제, 배당 소득 분리과세, 최대주주에 대한 상속세 할증 폐지, 기업 상속 공제 확대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집중투표제 강화나 황금 낙하산 제도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이 따로 입장을 내는 것을 두고 이 원장은 “개별 의견을 내는 것이 혼란을 초래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정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다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방법으로 의견 피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 입장을 적극적으로 정부에 피력할 생각”이라며 “6~7월 혹은 하반기 중 정부 의견이 정해지면 당연히 경제팀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