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문서 폭로 ‘위키리크스’ 어산지…‘유죄’ 인정 후 석방 합의

입력 2024-06-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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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 외교문서 수천 건 폭로
스웨덴ㆍ영국 도피 중 2019년 체포
미국 법정서 유죄 인정 후 석방 전망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마/AP뉴시스

미국 정부 비밀문서를 대량 유출한 혐의를 받아온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2)가 곧 석방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단 미국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날 WSJ 보도에 따르면 유죄 인정 재판은 서태평양 미국 영토인 사이판에서 26일 열린다. 그는 그동안 영국 런던 교도소에서 머물렀던 기간과 같은 62개월 형을 선고받고 나서 모국인 호주로 귀환할 예정이다.

미국 검찰은 미국 땅을 밟지 않겠다는 어산지와 협상을 벌여왔다. 앞서 어산지 변호인단은 유죄 인정을 함으로써 미국 법원에 출두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미국 법무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기소된 버지니아 법원에 출두하지 않는 대신 중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나아가 버지니아 대신 미국령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찾았다.

어산지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취했던 조처를 비롯해 이와 관련된 외교 문서 수천 건을 폭로한 뒤 2010년 간첩혐의로 기소됐다.

폭로 당시 유럽에 머물던 어산지는 기소 이후 스웨덴과 런던 등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2019년 4월 영국에서 검거, 교도소에 수감됐다. 수감 생활 시작과 함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한 소송전을 벌여왔다.

미국 정부는 그해 방첩법 위반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고 영국에 인도를 요청했다. 어산지는 이후로 5년간 지속해서 법정 소송을 통해 이에 맞서 왔다. 어산지 측은 “미국의 기소는 정치적 박해이며 어산지가 미국에서 재판받으면 최고 175년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본국인 호주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세계 역시 미국보다 어산지의 인권에 집중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월 영국 법원이 어산지를 미국으로 추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앨리스 질 에드워즈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특별고문관도 어산지가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것에 반대했다.

어산지의 모국인 호주도 앤서니 앨버니즈 총리가 직접 나서 사건의 조속한 종결을 촉구하는 한편, 호주 의회도 그의 본국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영국 법원도 어산지가 ‘미국 송환’에 대한 항소를 인정했다. 지난달 영국 고등법원은 호주 국적인 어산지가 미국 시민과 같게 헌법상 언론의 자유 권리를 보호받는지, 어산지가 최고형인 사형을 피할 수 있는지 등을 명확히 밝히라고 미국 측에 요구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4월 호주 정부의 어산지 귀환 요청에 관한 질문에 “고려하고 있다”고 답해 기소를 취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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