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왜 우리는 상처를 주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입력 2024-06-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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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상처를 주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책 '잔인한 낙관' 표지 (후마니타스)

상처는 모르는 사람에게 받는 게 아니다. 가깝고 친한 사람에게 받는다. 가족, 친구, 애인 등 내 주변의 친밀한 존재들에 의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는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사실 상대방이 날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의 발로다. 애착의 대상은 항상 당근과 채찍을 품고 있다. 아끼던 피규어가 망가졌을 때, 단골 가게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좋아하던 작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는 삶의 큰 슬픔을 느낀다.

저자는 이 같은 인간의 심리를 '잔인한 낙관'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애착의 대상이 더는 좋은 삶을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될 때, 그 마음의 상태를 '잔인한 낙관'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낙관적 관계가 잔인해지는 건 애착의 대상이 애당초 그 애착을 형성하게 만든 목표 달성에 적극적으로 방해가 되는 경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상, 계급, 사랑, 정치 등의 분야에서 잔인한 낙관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멸종되어 가는 네 가지 직업의 이야기

▲책 '어떤 동사의 멸종' 표지 (시대의창)

기계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내 직업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인공지능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사라진 직업들이 많다. 동네 사진관이 대표적이다. 필름이라는 물성은 디지털로 대체됐다. 필름 카메라는 소수의 사진광들만 향유하는 취미가 됐다. 이 밖에도 MP3, PMP, 전자사전 등은 스마트폰으로 통합됐다. 식당에서 주문은 종업원이 아닌 기계(키오스크)가 받는다.

이 책의 저자는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대체될 직업 네 가지를 선정했다. 그것은 바로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이다. 책 제목과 연관해 설명하면 전화하고, 운반하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직업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경유해 그 당사자가 우리가 될 수도 있음을 얘기한다.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변화하는 '노동관' 역시 이 책의 중요한 주제다.

산책이 주는 즐거움과 치유의 형태

▲책 '산책하는 법' 표지 (유유)

"별빛조차 없는 길일지라도 / 포기할 순 없는 거야 /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 뜨겁게 날 위해 부서진 햇살을 보겠지." 강산에의 노래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의 가사다. 계속 걷다 보면 길이 보인다는 얘기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산책하다 보면 생각의 활로가 열릴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아무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산책은 매우 생산적인(혹은 생존적인) 활동이다.

수많은 철학자가 산책을 즐겼다. 칸트는 매일 오후 3시 30분에 동네를 산책했다. 쇼펜하우어는 등산을 좋아했고, 니체는 걷는 동안 위대하고 참된 생각이 잉태된다고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산책을 단순한 걷기 활동에서 교양을 기를 수 있는 경지로 끌어 올린다. 동시에 너무 진지해지지 않는 유쾌한 놀이로서 산책을 즐기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산, 해변, 공원 등에서 하는 산책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한다. 다양한 표정의 '산책 얼굴'을 맛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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