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엔 박살난 오토바이 한편엔 국화꽃
운전자 음주·마약 음성…CCTV 영상 확보
내 가족이나 동료 같아서 너무 안타깝죠.
2일 오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는 전날 밤 차량 돌진 사고로 인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평소 차도와 인도를 나눈 가드레일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해당 구간은 안전펜스로 가림막을 쳐둔 모습이었다. 횡단보도 바로 옆에는 앞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진 오토바이가 있었고, 한편엔 사고로 숨진 고인들을 애도하기 위한 국화꽃이 놓였다.
전날 밤 회식을 마친 뒤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김홍열(가명·53) 씨는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나와 집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순식간에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라며 “집에서는 남편이자 아빠였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오후 9시 27분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출차한 이후 급가속을 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이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60대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A 씨는 음주하거나 마약 투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사고 이후부터 지속해서 차량의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역 인근 교차로는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현장 수습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부서진 가드레일을 복원하기 위해 해당 교차로 옆에는 도로보수 차량 2대가 도착했다. 한편에는 국화꽃과 함께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메모지가 붙어있기도 했다.
사망자들 대부분이 회식이나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직장인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지나가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희주(42) 씨도 “여기가 사고가 난 현장이냐”라며 “사람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 안타까워서 어떡하냐”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현장 보존을 완료하고, 수사에 필요한 블랙박스 및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를 마친 상태다. 경찰은 현재 A 씨도 부상 상태임을 고려해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원인은 CCTV·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해 파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