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모집책 : 지게 후 묻는 작업까지 하실 분 구하고 있습니다. 일당 1000 드리구요 경비랑 비행기 표는 1000에서 예외로 저희가 먼저 지급해드립니다. 몇 년째 같은 방법으로 들이고 있는 만큼 위험성이 높지 않구요. 지게 분 안전이 곧 저희의 안전이기 때문에 절대 걸리지 않게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하실 의향 있으시면 답장 부탁드려요
지게꾼 : 일단 해외 나가는 일이면 여권도 그렇고 일정도 봐야할 거 같네요. 할 의향은 있습니다.
맡기려는 아르바이트가 마약 밀수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처음 공모할 때부터 적나라하게 제안하고 수락한다. 마약 밀매가 자연스러워졌다는 소리다. 일반인을 이용한 마약 밀수마저 증가하면서 소위 ‘약 쟁이’들 얘기만은 아닌 상황이다.
박성민 인천지검 강력부장 검사는 “우리나라는 마약류 암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마약 밀수 조직은 한두 번만 범행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지게꾼이 적발돼 구속되더라도 개의치 않고 소모품처럼 사용,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천지검이 적발한 마약류 소매가 합계는 70억 원에 이른다. 밀반입을 시도한 필로폰은 2만1362g으로 총 71만2000명에게 동시 투약이 가능한 분량이다.
마약 사범 전과가 전혀 없는 일반인이라도 지게꾼이 가액 5000만 원 이상 마약류, 필로폰으로 따지면 500g 넘게 밀수한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향정)이 적용돼 법정형이 최소 징역 10년이다.
특히 인천지검에 단속된 해외 마약 밀반입 조직 총책은 23세에 불과하다. 붙잡힌 지게꾼 14명 중 4명이 10대 청소년이다. 심지어 1명은 고등학생이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부장 노만석 검사장)가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사범은 2만7611명으로 최초 2만 명을 넘겨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 1만8395명과 비교하면 50.1% 급증한 수치다.
그동안 1만6000~1만8000명 수준을 유지하던 마약 사범이 사상 첫 2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3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14년 9984명인 점을 감안하면 10년이 채 안 돼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유엔(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청국으로 판정한다. 한국은 2016년 마약 사범 1만4214명으로, 10만 명당 28명에 달하면서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9년째 접어들지만, 좀체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나친 근무 강도로 인해 마약 단속반을 기피하고, 기존 단속반원들조차 이탈하려는 보직 변경 및 근무지 조정 신청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 중독자가 된다는 이유에서 호기심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일선 마약 수사관들은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극심한 취업난에 고수익 미끼를 물거나 불안한 미래에 현실을 도피하고자 약에 손대는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청(DEA)과 같은 ‘마약수사청’ 신설 등 특단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