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와 합의…피해자 유족은 반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737맥스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2억4360만 달러(약 3400억 원)를 내기로 미 법무부와 7일(현지시간)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향후 3년간 4억5500만 달러(6300억원)를 지출해 안전 프로그램을 개선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개선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3년간 법원의 보호관찰감독을 받아야 한다. 보잉 이사회는 사고 사망 유가족을 만나는 데도 동의했다. 이 합의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연방 판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보잉 737 맥스8 여객기가 잇따라 추락해 총 34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보잉은 형사기소를 피하기 위해 2021년 법무부와 벌금과 피해보상 등으로 25억 달러(3조4500억 원)를 낸다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해당 합의에는 안전 규정 준수 관행 점검과 정기 보고서 제출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합의에 따른 기소유예 기간이 만료되기 전인 1월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에서 비행 중 동체에 구멍이 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륙 10분여 만에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가 항공기 동체에 구멍이 뚫렸고, 이로 인해 승객들의 휴대폰, 모자, 산소마스크가 상공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 인명 피해 없이 항공기는 착륙했다.
이에 미 법무부는 5월 보잉이 규정 준수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않는 등 합의를 위반했다고 밝혔고, 지난달 보잉에 유죄 인정 요구를 포함한 등 합의안을 제안했다. 당시 당국은 보잉이 유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기소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 검찰은 지난달 30일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잉에 유죄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가족 변호사들은 이를 ‘달콤한 거래’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가족의 변호사인 폴 카셀은 이 사건의 연방 판사에게 이 거래를 거부하고 “사건을 둘러싼 모든 사실이 배심원 앞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인 포럼에서 공개될 수 있도록 연방 판사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잉이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추후 정부와 방위사업 계약에는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데이비드 캘헌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연말에 사임할 계획이다. 잇따른 안전사고로 신뢰도는 물론 주가가 추락한 보잉의 회복은 신규로 부임할 CEO에 달려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망했다. 대규모 생산 지연 문제를 일으킨 품질 문제를 개선하고, 고객사는 물론 정부와 투자자와의 관계도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