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근무ㆍ빅테크 대규모 구조조정 영향
오픈AI 등 임대 계약 증가에도 분위기 반전엔 역부족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공실률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열풍도 공실률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CNBC는 상업용 부동산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2분기 샌프란시스코 상업용 오피스의 공실률이 3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분기의 33.9%, 1년 전 같은 기간의 28.1%보다 6%포인트 이상 올랐고,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기간 이전의 5%보다는 3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임대료는 2015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분기 평균 임대료는 제곱피트(0.09㎡)당 68.27달러(약 9만4553원)로 1년 전 72.90달러보다 6.3% 내려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사무실 복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근무가 늘어나는 가운데 빅테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업계 해고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fyi에 따르면 2022년 초 이후 기술업종에서 해고된 인력은 53만 명을 넘어섰다. 실제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비롯해 메타, 아마존,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세일즈포스 등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다만 최근 들어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스타트업들 빠르게 성장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수요 급감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고 CNBC는 설명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약 4만6000㎡의 규모의 오피스를 임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2018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사무실 임대 계약이다. 이 회사는 현재도 추가 임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경쟁자로 손꼽히는 앤스로픽도 비슷한 시기에 슬랙 본사에 2만1000㎡를 재임대했고, 지난 5월에는 스케일 AI가 에어비앤비 사무실 건물에 1만6000㎡ 규모의 공간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AI 열풍이 침체한 샌프란시스코 상업용 부동산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로버트 새먼스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수석 연구 책임자는 “샌프란시스코는 분명 AI 중심지이긴하지만, AI가 샌프란시스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도움이 될 순 있어도 시장 자체를 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다른 기술기업들이나 로펌, 컨설팅업체들이 기존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오피스 임대를 축소하려는 추세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