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로슈진단의 날’ 열려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일반 스타트업 기업처럼 프로토타입(prototype)으로 시장 반응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고, 제품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글로벌 기업과 협력이 중요합니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9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로슈진단의 날(KHIDI-ROCHE DIAGNOSTICS DAY)’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의료기기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당근마켓이나 토스 같은 일반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 반응을 살피고 사용자들에게 물어보면서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실험을 반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처음 설계한 것을 토대로 최종 제품이 나오기에 최종 제품을 상정하고 그에 맞춰 개발하는 능력이 필요하단 것이다.
김 상무는 “제품이 최종적으로 인허가받고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쓰일지 미리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임상시험은 어떻게 할 것인지, 파트너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라면서 “힘들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는데 의료 작업 흐름(Clinical workflow)이 크게 변하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혁신을 강조하느라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상무는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을 개선한다면, 기존 제품보다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입증만 하면 되기 때문에 수월할 수 있다”라면서 “연속혈당측정기(CGM)가 1999년 FDA 허가받은 후 미국에서 보험 수가를 적용받기까지 18년이 걸렸다. 시장에 없던 것을 만드는 건 위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위해선 △상대편의 요구를 상세히 파악하기 △스타트업 대표가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하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허가나 실제 환자 대상 연구데이터 등 확보 등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상무는 “글로벌 대기업은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존스톤(Michael Johnston) 로슈진단 글로벌 파트너링 부서 리드는 “보건의료 관련 의사 결정의 70%가 진단검사로 결정된다”면서 “현재 600여 개의 검사가 나와 있는데 향후 3년간 40개의 진단검사를 추가할 계획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파트너와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슈진단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욕이 충만하고, 한국 규제기관의 절차가 엄격해 양질의 제품임을 믿을 수 있다. 글로벌 혁신지수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한국이 2위로, 전 세계 환자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로슈진단은 전 세계 800~1000개의 스타트업과 진단검사 관련 파트너링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고, 더 많은 투자자를 얻을 수 있게끔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로슈진단이 국내 디지털 진단, 분자 진단, 디지털 병리 분야의 글로벌 협력을 위해 개최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기기 분야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를 위해 ‘뉴 임팩트 프로젝트(New Impact Project)’를 기획하고, 그 첫 번째로 한국로슈진단과 협력 파트너사 발굴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로슈진단은 전문가 평가단과 심사를 통해 2개 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최종 선정한다. 선정 기업은 순위에 따라 상금을 수여하며, 한국로슈진단 전문가의 컨설팅, 로슈 글로벌 네트워킹 및 매칭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