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한 유럽 접근 재개”
미 팰컨9과 달리 재사용 불가
유럽의 차세대 로켓 ‘아리안 6호’가 9일(현지시간) 발사에 성공하고 인공위성 9개를 모두 궤도에 안착시켰다. 이로써 글로벌 발사 시장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이날 오후 4시께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에 위치한 ESA 발사장인 기아나우주센터에서 아리안 6호를 우주로 발사했다. 발사 당일 오후 3시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데이터 수집 관련 경미한 문제를 발견해 점검을 마친 뒤 예정보다 약 1시간 늦게 우주를 향했다.
아리안 6호의 임무는 대학에서 개발한 11개의 연구용 초소형 위성을 비롯한 탑재체를 지구 저궤도로 실어나르는 것이다. 이중에는 한국항공대 연구팀이 제작한 위성도 있다.
아리안6호는 위성들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지만 지구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상부에 실었던 구조물이 설계된 것과 달리 대기권에 재진입하지 못했다. 이는 보조동력장치(APU)가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작동하지 못해 경로에서 벗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리안그룹의 관계자들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는 데 최대 2주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로켓을 운영하는 회사인 아리안스페이스의 최고경영자(CEO)는 스테판 이스라엘은 “이상 현상이 다음 발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 두번째 발사를 위해 완벽한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한 번 더 발사될 예정이며, 2025년에는 6번, 2026년에는 8번 발사한다는 목표다.
아리안 6은 유럽우주국이 감독하고 에어버스(유럽 항공우주기업)와 샤프란(프랑스 방산기업)의 합작투자사인 아리안그룹이 추진하는 약 45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2020년까지 첫 발사를 목표로 했지만, 기술적 어려움, 코로나 팬데믹, 지나치게 야심찬 개발 일정 등으로 4년이나 지연됐다. 앞서 아리안 5호는 작년 7월부로 30년간 117회의 비행을 마치고 퇴역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아리안6 프로젝트 비용이 증가하고 기간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지지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에 의지하기보다는 유럽 스스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유럽은 러시아의 소유스 로켓에 우주 발사를 많이 의뢰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2년부터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아리안6 발사 성공으로 우주에 대한 유럽 접근이 재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다. 유럽은 이미 위성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여러 번 의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기술을 도입했으나 아리안6은 현재까지 임무가 끝난 후 폐기되는 일회용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