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외압 의혹 등 입증 어려운 ‘직권남용’ 혐의 고발건 산적
“검사 출신 수사력 기대…조직 안정화되면 주요 수사 속도낼 것”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신임 차장 후보로 검사 출신 이재승(50·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다. 전임 여운국 차장이 퇴임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10일 “공수처법 제7조에 따라 법무법인 지평의 이 변호사를 공수처 차장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그간 수사 능력과 조직 운영 능력을 동시에 갖춘 분을 모시고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숙고한 끝에 이 변호사를 차지 공수처 차장 적임자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차장은 10년 경력 이상 법조인 중 처장이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처장과 같은 3년이다. 공수처 차장은 처장을 보좌하며 처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직무를 대행한다.
이 변호사는 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4년 인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춘천지검, 중앙지검을 거쳐 부산지검 부부장검사,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 대구지검 형사3부‧서울서부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를 지내 ‘형사통’으로 꼽힌다.
서부지검 재직 당시 시민단체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사건,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 노엘(본명 장용준)의 음주운전 사건 등 수사를 지휘했다.
2020년 8월 수원고검 검사로 좌천되자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지평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 일해왔다.
앞서 1기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 모두 판사 출신으로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2기 공수처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차장이 임명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판사 출신 처장, 검사 출신 차장’으로 꾸려질 2기 공수처의 관심사는 ‘수사력 부족 문제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수처는 채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이 산적하다.
특히 입증이 어려운 ‘직권남용’ 혐의로 장성급 장교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건이 쌓여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공수처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차장 후보자가 고위 공직자 사건이나 특수 수사를 한 경험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검찰 출신 차장이 임명돼 체제가 안정화되면 주요 사건에 어느정도 속도가 붙을 듯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수처 출신 변호사는 “처장의 역할은 외풍을 막아주는 것이고, 차장은 주요 사건 수사에 대한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이라며 “수사력이 있는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오 처장은 이날 “차장 임명이 마무리되면 신임 차장과 함께 공수처가 공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독립 수사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직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