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자기 자본 대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본 위험도는 높은 수준으로 적어도 내년까지는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11일 김대현 S&P 글로벌신용평가 아태지역 금융평가 상무는 국제금융센터 초청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의 비은행금융기관, 점차 현실화되는 부동산 리스크'를 주제로 "현 시점에서 한국 금융시스템의 급격한 자산훼손은 비은행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비은행기관 중에서도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져(노출도)가 한국 금융시스템의 핵심 우려 지점"이라고 이처럼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라 PF 하방 압력이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은행,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비중이 높은 점이 수익성 악화에 높은 영향을 미친다. S&P가 국내 증권사 신용등급 평가의 시작점으로 설정하는 기준신용도는 현재 'BBB-'다.
문제는 S&P가 현재 신용등급을 평가 중인 국내 비은행 금융기관(증권사 6곳, 카드·캐피탈사 3곳)중에서 금융계열지주의 지원을 제외한 자체신용도가 'A등급대' 이상 등급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신한카드 홀로 'BBB+'이며, 신한·하나·KB증권은 'BBB-'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자체 신용도는 'BBB'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부동산 리스크는 중소형사에 비해 대형 증권사가 더 높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신용공여 비중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부분이 독이 됐다. S&P는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향후 6개월 이내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양사의 신용등급이 추가 조정될 경우 'BBB-' 투기등급이 된다.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보면 NH·신한·하나·KB증권은 S&P로부터 'A-, 안정적'을 보유 중이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BBB, 부정적'이다.
김 상무는 특히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부동산PF리스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한다"며 "은행의 부동산PF리스크는 주거용 부동산인 점과 달리 증권사는 상업용 PF 위험 노출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공개된 금융당국의 국내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230조 원으로 종전 발표한 130조 원보다 100조 원 이상 규모가 늘었다. 김 상무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2년 이내 크게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작년 한국 주택실질가격은 약 10%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몇 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 부양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공격적인 발행어음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금조달과 운용 간 만기불일치 확대로 인해 자금조달 및 유동성 수준이 크게 약화될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도 심각하다. S&P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자가자본 대비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는 평균 30%로 투자자산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후순위 트렌치 또는 지분 투자다. 한국투자증권은 모그룹인 한국금융지주의 해외 대체투자 및 국내 부동산PF 익스포저가 높아 향후 2년 동안 손상차손과 충당금 적립 상승세가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 리스크가 증폭되면서 지배적 핵심 자회사인 증권사 이외에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사 이외에도 자회사를 여럿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투자캐피탈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자산 규모 대비 높은 부동산 익스포저는 그룹 전체에 부담이다.
다만 은행들의 부동산 리스크는 충분히 감내하고 관리해나갈 수 있다고 봤다. 김 상무는 국내 은행들에 대해선 "리스크 관리,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크지 않고 주거용 부동산에 집중된 프로젝트의 질이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여타 금융기관의 성장성도 신용 리스크와 순이자 마진 감축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에도 불구하고 적정 자본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상호저축은행은 규모가 작고, 새마을금고는 중앙회 재원을 활용하거나 필요하면 정부 지원도 가능하다"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신용위험이 커졌으나 시중은행으로의 전이 위험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