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큰 금액 기부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유세장 총격사고 직후 트럼프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간 미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던 머스크의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엑스ㆍ옛 트위터)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썼다. 사고 현장에서 트럼프가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주먹을 쥐고 흔드는 장면이 찍힌 영상도 함께 올렸다. 그는 대통령 앞에 ‘전(former)’이라는 단어도 붙이지 않았다.
이어 “미국에서 이처럼 강인한 후보는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고 언급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유세장에서 총을 맞은 직후에도 연설했던 상황에 비교한 것이다.
머스크는 그동안 대선에서 특정 인물을 지지한다고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3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이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한때 ‘앙숙’이었던 이들의 만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액 기부자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머스크의 후원금 기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해당 의혹에 대해 “나는 미국 대통령 후보 어느 쪽에도 돈을 기부하지 않는다”며 “헌금하게 되면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5월부터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머스크에게 고문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머스크는 이민 문제 등에 있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단체)인 ‘아메리카 PAC’에 기부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얼마나 기부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상당한 금액'이라고 전했다. 아메리카 PAC은 주요 경합 주 유세 활동에 기부금을 활용하고 있으며, 15일에는 기부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머스크의 기부를 두고 블룸버그는 “세계 최고 갑부가 미국 정치 지형에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큰 베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머스크가 그동안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부는 그가 우익 견해를 지지하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인물로 바뀌고 있음을 부각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 집계에서 현재 2636억 달러(약 363조 원) 재산으로 세계 1위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