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43명, 일본 땅 밟으며...핏빛 희생 되새기다[日 독립영웅의 얼을 찾아서]

입력 2024-07-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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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장학재단 주최·광복회 주관 3박 4일 일정
독립유공자 해외유적지 탐방서 일본 곳곳 방문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들이 10일 도쿄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관동대지진 조선인 순직자 추모비'에서 헌화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장학재단)

아버지의 권유로 참가했습니다. 저희 외증조부께서 독립운동가이신데요.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거부셨는데 재산을 독립운동 지원에 전부 쏟으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할머니께서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셨다고 하고요.(박지원, 33, 전남대 대학원 의생명공학과)

2030 대학생 43명이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역사탐방길에 나섰다. 일본 수도인 도쿄부터 가나자와, 소도시 도야마, 교토와 오사카에 이르기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을 함께 했다. 성별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큰 공통점이 있다. 현재 대학생(대학원생 포함)이라는 점, 그리고 일제에 맞서 항일운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를 선조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자금 지원부터 의병 활동, 임시정부 참여, 학생운동에 이르기까지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목적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단 하나였다. 롯데장학재단과 광복회가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이들뿐 아니라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이승훈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김능진 광복회 부회장(독립유공자 김병우 선생 손자)과 윤주경 전 국회의원(윤봉길 의사 손녀)이 동행했다.

참가자들은 △2·8 독립 만세운동지와 2·8 독립선언 기념비 △관동대지진 조선인 순직자 추모비 △윤봉길 의사 암장지적비 등을 방문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인 11일 참가자들은 이번 탐방을 통해 느낀 점을 발표하는 시간에 한 참가자는 “역사적 사실들을 입체감과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면서 “일본인 중 한국 독립운동을 도왔던 분들이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2030 학생들에게 기억ㆍ보존하는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했다. 경상국립대 화학과에 재학 중인 허동현 학생은 "일본에 와서 보니 이봉창 의사나 윤봉길 의사 순국 기념비 등이 상당히 외진 곳에 작게 있더라"며 "이곳을 직접 방문해 헌화를 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 중인 이예은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일제 시대 순국하신 집안 어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며 "(조상 중 독립유공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남들에게 먼저 말 꺼내기는 쉽지 않은데 공통점을 가진 또래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일정 첫날 발대식에서 특별강연에 나선 이종찬 광복회 회장은 일본과 같은 옹졸한 마음 대신 담대함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싫으나 좋으나 일본을 이웃으로 두는 대한민국 운명을 비추어 볼 때 일본에 굴복하지 말고 당당하게 이웃으로 존경받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돼야 한다"며 "이 기회에 항일운동으로 애국한 윤봉길 의사와 기업을 세워 애국한 신격호 롯데 창립자를 후손들이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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