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에 응급실 중단까지…의·정(醫·政) 갈등에 병원 ‘와르르’

입력 2024-07-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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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입장차 여전, 전공의 요지부동…환자단체 “대체 인력 확충해야”

▲서울의 한 수련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뉴시스)

전공의 공백과 교수들의 진료 축소로 전국 대학병원 운영난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방병원부터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사 단체와 정부의 갈등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충남대병원은 세종 분원 개원으로 인한 부채와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수익 감소에 따라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자력으로 임직원 급여는 물론, 약품 및 각종 물품 대금 지급조차 할 수 없다고 판단 중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긴급 자금을 요청하는 등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은 대전·충남 지역의 유일한 거점국립대병원이다. 세종충남대병원 역시 세종시 내 유일한 국립대병원이다. 이들 병원 운영이 멈출 경우 지역 의료체계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가운데 4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인력 공백이 발생했다. 병원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응급실 야간 시간대 운영을 중단하고, 이후 운영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실 운영 사정에 대해 ‘한 병원에 국한된 사안’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응급의료 붕괴에 대한 대통령실 안일한 인식”이라며 “심히 우려할 케이스다”라고 날을 세웠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의 비과학적인 의대 정원 증원 정책 강행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한 채 땜질식 처방만을 진행하거나, 지금처럼 ‘문제없다’라며 의료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수련병원의 운영난은 올해 초부터 이어졌다. 전공의 공백이 본격화한 3월에는 서울대병원이 적자 증가로 타격을 입었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 원 규모였던 법인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2배 가량 늘려 상황을 수습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공의 수련병원인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47곳 중 35곳(74.5%)이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이들 병원에서는 인력 운영 효율화, 신규 채용 중단 및 발령 유예, 비용 절감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한 2월부터 5개월이 경과했지만, 수련병원 정상화는 요원한 분위기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의사 단체와 정부는 여전히 견해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의협과 전공의 및 의대생 단체는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 절차 중단을 대화의 전제로 고집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거듭 요구했다.

의협은 26일 두 번째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주최로 ‘올바른 의료 정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한다. 의협은 공식적으로 휴진을 권하지 않았지만, 회원들이 토론회에 참석하려면 진료 일정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휴진 결의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 단체들은 수련병원의 조속한 인력 확충과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공의는 계속해서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고, 사직서 수리 시점과 전공의 수련규정 특례 적용에 대해서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라며 “환자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제 수련병원들은 미복귀 전공의를 대체할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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