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닌 법적 조치로 봐야”
테리는 보석금 50만 달러 내고 풀려나
‘최근 사임’ 정 박 대북고위관리와 연관성도 거론
美국무부 대변인 “법무부 강력한 법 집행, 적절”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북한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당국 신고 없이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미국 안보전문가가 이번 일이 한미 양국 정부 사이의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평을 내놨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이번 일로 한국 정부에 어떤 경고를 하려는 것인지’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이 왜 이런 조치를 했는지 모르겠다”라며 “그러나 현재 매우 강력한 것으로 보이는 한미 동맹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것은 정치적인 조치가 아닌 법적인 조치였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자국민이 외국 정부를 지원하는 것에 관한 법률을 갖고 있고, 분명 미국 정부에 있는 누군가는 테리가 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건 단지 추측일 뿐”이라며 기소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전날 미국 뉴욕 남부지검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테리 연구원을 기소했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남부지검은 “테리는 10년 넘게 한국 요원으로 활동해 왔다”며 “그는 기사와 방송 출연을 통해 한국 정책을 지지했고 정보당국자에게 비공개 미국 정부 정보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조치에 대한 대가로 한국 정보 당국자들은 테리에게 명품과 고가의 저녁 식사를 제공했고, 한국 문제에 초점을 맞춘 그의 공공 정책 프로그램에 3만7000달러(약 5111만 원) 넘는 비밀 자금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테리 연구원이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저녁 식사하는 모습과 명품 매장에 들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현재 테리 측 변호인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테리 연구원은 기소 당일 보석금 50만 달러를 내고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자국민이 외국 대리인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경우 당국에 사전 신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징역 최대 5년이나 25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두 가지 모두를 적용받게 된다. 대신 경범죄로 간주하면 최대 6개월, 5000달러 이하의 벌금이 매겨진다.
테리 연구원의 기소 소식에 최근 사임한 정 박 전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부차관보와의 연관성도 거론되고 있다. 둘 다 한국계 북한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소장에 “2021년 4월 16일경 테리와 한국 국정원 요원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과거 CIA와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고위급을 역임했고 국무부에서 한국 사안을 다루고 있는 고위 관계자와 테리와의 친밀한 관계를 논했다”는 내용이 적혀 해당 인물이 박 전 부차관보를 지칭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미 테리 건에 대해 “FARA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를 만나러 온 사람과 교류할 때 그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외국 정부를 대표하는지 알기 위함”이라며 “그것이 그 법이 통과된 이유이고 법무부가 강력하게 집행하는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