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타임 작가 "자유로운 연출, 문화 빅블러 되길" [K웹툰, 탈(脫)국경 보고서③]

입력 2024-07-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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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팬들도 홀린 '가비지타임' 작가 2사장 인터뷰

단행본, 오디오웹툰, 이모티콘 등 IP 비즈니스 매출 70억원 돌파
역대 타임스퀘어 전체 팝업스토어 일 매출ㆍ누적 매출 1위 달성

▲가비지타임 2사장 작가가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 역심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나리 기자)

출시한지 3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농구만화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슬램덩크’다. 그동안 수많은 작가가 도전했지만 슬램덩크를 뛰어넘는 작품은 전무했다. 2019년 네이버웹툰에 슬램덩크에 견줄 수 있는 작품이 혜성같이 등장했다. 한국판 슬램덩크로 불리는 ‘가비지타임’이다.

가비지타임은 6명으로 꾸려진 지상고등학교 농구부에 새 감독이 부임하며 최약체 팀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실화 기반에 고교입시, 엘리트 체육, 성장물까지 한국인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하다.

그 결과 가비지타임은 지난해 단행본, 오디오웹툰, 이모티콘 등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로만 거둔 매출이 7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연초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운영 4일 만에 역대 타임스퀘어 전체 팝업스토어 일 매출과 누적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1인 최고 결제 금액이 153만 원에 달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입체감 있는 캐릭터 묘사로 콘텐츠 시장에서 가비티자임의 원천 IP의 저력을 입증한 것이다.

가비지타임 2사장 작가는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 역심에서 본지와 만나 “가비지타임이 처음부터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공놀이를 좋아하는 10·20세대 남학생과 농구 마니아를 타깃으로 설정했다. 전문적인 농구 이야기도 나오고 톤도 사실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행이 예상 외였다”고 설명했다.

2사장은 흥행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기보다는 정말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그렸다. 그로 인해 가비지타임은 고교시절부터 농구에 미쳐있던 작가의 이야기가 작품 곳곳에 녹아있었다. 가비지타임 속 캐릭터들은 작가의 내면을 파편처럼 쪼개서 투영했고 지상고의 성장기는 대학 시절 농구 동아리에서 작가가 직접 겪었던 스토리 그 자체였다.

2사장은 “지상고 캐릭터는 희찬이를 제외하고 다 저를 대입해서 만들었다”며 “실제 사람이 캐릭터보다 입체적이기 때문에 저를 조각조각 나눠 과장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유의 조용한 부분이나 상호의 오타쿠적인 면모, 태성이의 성질머리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공들인 캐릭터로 준수와 태성이를 꼽았다. 2사장은 그 이유에 대해 “준수와 태성이는 초반에 욕도 먹었지만 팀의 성장을 가장 잘 보여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비지타임은 지상고 6인뿐만 아니라 존재감이 미약한 조형고등학교 이초원이나, 버섯맨으로 불리는 원중고등학교 우수진 등 조연들까지도 팬들에게 두루두루 사랑받는 웹툰으로 손꼽힌다. 조연까지 입체적으로 묘사한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가비지타임 팬덤의 인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네이버웹툰)

열정은 가득하지만 실력은 만년 꼴찌팀인 지상고의 성장기는 작가의 경험담 중 일부였다. 2사장은 대학 시절 동아리 농구 회장까지 도맡아서 할 정도로 농구에 진심이었다. 2사장은 “학과 내 동구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미대에 여초라서 학교 내 최약체였다”며 “남학생이 거의 없어 교체 선수도 많이 없고 규칙을 잘 아는 사람도 많이 없었다. 심지어 5명 중 2명 정도가 ‘3초룰’을 몰라서 공을 뺏기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다른과 미대랑 경기를 했을 때 통쾌한 승리를 했었다”며 “제가 농구하면서 느끼고 꿈꿨던 것들, 농구인으로서의 제 로망이 모두 반영된 것이 가비지타임”이라고 설명했다.

2사장은 가비지타임 후속편에 대해 “한 1년 뒤 다른 고등학교를 주인공으로 속편을 그릴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웹툰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IP 확장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웹툰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미디어 믹스가 활발하게 나오면 좋겠다”며 “특히 애니메이션 같은 영역으로 확장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2사장은 다른 문화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웹툰만의 매력으로 높은 자유도를 꼽았다. 그는 “웹툰은 제너럴리스트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연출자, 음악감독, 미술감독, 배우 등이 각각 따로 있는 반면 웹툰은 한 사람이 스토리부터, 캐릭터, 그림 등 대부분 요소를 통제를 하기 때문에 다른 매체보다 더 조화롭게 연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여러 사람을 거치면 어쩔 수없이 왜곡이 생길 때가 있는데 웹툰은 혼자 하는 작업이라서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사장은 AI가 웹툰 시장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며 작가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저작권 문제만 없으면 AI를 활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창작이 배제된 밑색 작업 같은 부분은 AI가 보조하는 수준에서는 활용하는게 도움이 된 다고 생각한다. AI가 작가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보다는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2사장은 “끝나지 않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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