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열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시장은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전략을 짜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돌아온 트럼프의 시대' 보고서를 발간해 트럼프 2기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했다.
재정정책으로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를 추진한다. 트럼프는 1기 때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는데, 내년 일몰 연장인 감세안을 연장하고 세율도 더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연방 개인소득세 추가 인하 및 과세 체계도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으로는 저금리 정책을 선호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조기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었으나 트럼프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옳은 일을 한다면' 임기를 보장하겠다 발언한 바 있다.
무역정책으로는 관세를 내세워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다. 보편적 관세로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고 관세율 60%를 일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축소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칩4 동맹(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협력체)' 등은 폐지 혹은 축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트럼프는 일전 인터뷰에서 IRA를 겨냥해 '새로운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미 대선보다는 당시 글로벌 환경이 경기 및 주가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채권시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 당시 금리 탠트럼(발작)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하반기 정책금리 인하 전망이 유력하고, 트럼프 참모진들이 약달러 및 저금리 선호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방향성이 다소 불확실해 트럼프 발 금리 탠트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은 트럼프의 금리 인하, 규제 완화 정책이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자산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방향임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이다. 다만, 이차전지, 반도체, 자동차 업종 등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해당 섹터들이 한국 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핵심 산업이라는 점은 문제다.
산업재·에너지 업종 전반에 수혜가 전망된다. 가장 큰 변화는 화석연료 규제 완화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저렴한 에너지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력 요금을 낮추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귀환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저렴한 에너지원 중 하나인 원전 비중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원유/가스의 생산량이 증가하며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겠지만, 단기적으로 즉각적인 변화는 제한될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개발은 한국 업체의 수혜가 직접 연관되지는 않으나 기계, 원전 등 관련 산업이 존재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당장 보조금 축소는 악재가 될 것이나, 장기적으로 미국의 에너지 독립 노력은 종류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기술주 전반은 미국 우선주의가 추구하는 정책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차전지는 이미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인데, 전기차 보조금 축소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반도체는 업황은 좋으나 역시 보조금 축소 혹은 폐지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50억 달러,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생산 기지를 건설했고, 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 받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시 주 정부가 아닌 미국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이 축소 또는 폐지될 수 있다. 이는 고비용, 인력 확보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반도체 제조 설비를 건설한 이유를 훼손한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첨단 반도체에 투자할 수 없으며, 기술 설비의 해외 증설이 제한된다는 점도 복병이다.
한편, 자동차, 제약/바이오, 음식료 등 소비재 업종 전반은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고 분석한다. 내수 관련 비중이 크거나 현지 생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